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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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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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스런 야생화 이름.. 불알, 개불알


국가표준식물목록을 참고해보면 국내의 식물이름에는 아래와 같은 이름에서 '불알', '요강', '복주머니'이란 단어가 나타난다.
한눈에도 남사스러운 표현임에는 틀림이 없다. 왜 하필 '불알'이란 말인가? 분명 '불알'이란 의미하나만 보면 은밀한 부위이며 쉽게 입에서 꺼내기 어려운 말이지만 '불알친구'라는 말은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는 입을 통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야생화의 경우 위의 '불알, 요강, 복주머니'와 같은 표현은 비슷한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며 식물의 일부분의 형태와 관련이 있고 보통 둥근모양을 의미한다. '불알'의 경우 2개가 짝을 지은 형태를 나타내는 경우 쓰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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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요강꽃 (난초과) - 광능요강꽃, 광릉복주머니란, 광릉요강, 큰복주머니
노랑복주머니란 (난초과) - 노랑개불알꽃, 누른요강꽃, 큰개불알꽃
복주머니란 (난초과) - 개불알꽃, 복주머니, 복주머니꽃, 요강꽃
털복주머니란 (난초과) - 조선요강꽃, 털개불알꽃

개불알풀 (현삼과) - 개불꽃
눈개불알풀 (현삼과)
선개불알풀 (현삼과) - 개불알꽃, 선조롱박풀
소경불알 (초롱꽃과) - 소경불알더덕, 알더덕, 만삼아재비
애기더덕 (초롱꽃과) - 애기소경불알
큰개불알풀 (현삼과) - 큰개불알꽃
털복주머니란 (난초과) - 털개불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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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삼과, 난초과, 초롱꽃과에서 나타나는데 모두 형태에서 '불알'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알친구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거리낌 없이 막역한 사이를 이르는 말이지만 식물의 이름 속에서 '불알'은 단순히 식물의 일부분(열매, 꽃 등)이 모양상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 많다.

큰개불알풀

선개불알풀

개불알풀 열매 (참고 : http://blog.empas.com/lhg289/22146963)

처음 개불알풀과 같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들의 이름을 알게 되면서 너무 성의없게 지은 이름이 아니냐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식물을 만나고 열매나 꽃의 생김새를 관찰하면서 나도 모르게 동감하고 만 것이 바로 이 개불알풀이란 풀이다. 열매가 들어있는 부분 두쪽이 불알마냥 붙어있는데 열매가 여물면서 부풀어오르면 여지없이 꼭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불알'이 쓰인 형태를 보면 대부분이 '불알'의 형태가 아닌 '개불알'의 형태로 쓰여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서 '개-'는 '가짜-'나 '거짓'의 의미가 아닌 개(犬, dog)의 의미를 가진다. 자주 접하는 동물중 하나인 개의 불알을 다룬 이유는 불알의 형태를 관찰하기가 쉬운 편이며 비호감을 덜하면서도 형태상 특징을 잘 살리고자 한 것 같다.

분명 '불알'이란 단어는 식물의 일부분을 설명하는 단어로는 그리 적당한 표현은 아니나 자세한 특징을 살펴보면 나쁜 표현만도 아니다. 그러나 하필 왜 그곳이란 말인가. 이런 이유로 난초과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이름이 되고 말았다. 아름다운 꽃을 가진 난초 이름에 불알이란 단어가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복주머니' 혹은 요강꽃으로 대부분 교체되고 말았다.

그 결과 소경불알을 제외하고는 불알은 '개불알'의 형태로 현삼과 식물의 열매특징을 나타내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에도 이런 경향은 잘 반영되어 있다.

'개불알'은 대부분 형태와 관련이 깊은데 현삼과의 개불알풀 종류는 열매의 모양을 딴 경우이며 난초과의 경우에는 꽃의 형태를 딴 경우이다. 이 때문에 현삼과 식물은 개불알풀로 불리며 난초과 식물에는 개불알꽃으로 구분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불알'이 들어간 난초과 식물의 경우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큰 꽃이 피는데 애호가들에게 하필 '개불알'로 비유되는 꽃은 불만사항이었나보다. 요강꽃내지는 복주머니란으로 변모된 사례가 그 한 예이다. 이에 비해 현삼과 식물의 꽃은 눈에 잘 띠지 않을만큼 작으며 '개불알'의 의미는 잘 눈에도 뜨이지 않는 열매의 모양을 잘 반영한 것이므로 은밀한 부분에 있는 불알과 속성이며 형태면에서 유사점이 많아 '개불알'이란 이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초롱꽃과의 소경불알 종류에서는 '개불알'의 형태가 아닌 '불알'이 직접 사용되고 있으며 뿌리의 형태와 관련이 있다. 길쭉한 모양이 아닌 알모양을 하고 있는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둥근모양과 땅 속에 숨겨져 평소에는 안보인다는 특징이 '불알'의 여러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다. 정리하면 현삼과의 경우 열매의 모양, 난초과의 경우 꽃의 모양, 초롱꽃과의 경우 뿌리의 모양이 '불알'의 형태적인 특징 및 속성(은밀한 곳에 위치함)과 관련이 있다.

이름이란 건 변하기 마련이다.
개불알꽃이 이쁘고 복스러운 복주머니란으로 개명한 것이나 개불알풀이 그 이름을 아직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추천명으로 올리고 있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 봄까치꽃이라는 이쁜 이름이 더 환영받는 것처럼 시대가 지나고 사람들의 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 수록 애칭이나 이름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이명이 많아 혼란스러울수도 있지만 이명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으며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쁜이름이 좋기도 하나 난 개불알풀 정도는 재미있게 불러주고 싶다. 특징적인 열매의 형태가 잘 반영된 이름이기 때문이고 그걸 떠나서도 왠지 옛날 사람들의 장난섞인 별명붙이기 같은 이름이 이유없이 맘에 들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식물명의 '노루'의 의미


식물의 이름 중에는 노루를 비롯해 동물의 이름이 들어간 것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다룰 내용은 바로 '노루'가 들어간 이름에 대한 것이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서 '노루'로 검색을 해보면 여러종의 식물이름이 검색되는데 크게 나누면 미나리아재비과(노루귀, 노루삼) 노루발과(노루발), 범의귀과(노루오줌),산형과(참나물(산노루참나물), 노루참나물), 콩과(노루목등갈퀴)로 구분할 수 있다.



노루귀와 노루오줌, 노루발에 대해서는 종종 유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외에 노루목이나 노루삼에 대한 것은 이글을 쓰면서 새로 알게 된 것들이다. 일단 참고한 글중 발췌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아래는 임소영님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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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입춘에 우수까지 지나니 방송이나 잡지에서 봄을 알리는 들꽃 사진을 많이 보여준다. 산과 들에 사진 찍으러 가도 실제로는 찾기 어렵다고 하는데, 눈속에서도 피어 있는 풀꽃을 찾아내고는 강한 생명력을 느끼고서 그 새롭고 소중함을 전하는 듯하다. 산수유·매화·개나리·진달래·벚꽃이 차례로 온 나라를 덮기 전에 봄의 전령으로 수줍게 피는 바람꽃·복수초·현호색·노루귀·제비꽃 …. 이 가운데 노루귀는 신문·방송에서도 여러 번 보았다.

노루가 예전에는 아주 친근한 동물이어서 그런지, 땅이름·연장이름·속담들에도 자주 등장한다. 풀꽃이름에는 더 흔하다.

‘노루귀’는 노루귀 모양의 잎 뒷면에 털이 보송보송 길게 덮은 모습이 노루귀와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조금 작은 노루귀는 ‘새끼노루귀’라 부른다.

‘노루발’은 잎맥 모양이나 하얀 눈 위에 나 있는 모습이 노루 발자국처럼 보인다 하여 붙은 이름인데, 작은 품종은 ‘새끼노루발’이다. ‘노루삼’은 홍갈색 수염뿌리가 나고 약효가 많은 까닭에, ‘노루오줌’은 노루가 물 마시고 오줌 누는 물가에 많고, 노루오줌 냄새가 난대서 붙은 이름이다. ‘노루참나물’은 참나물과 비슷하나 전체에 털이 나서, ‘노루궁뎅이버섯’(노루꼬댕이버섯)은 노루꼬리 모양의 털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노루귀든 노루궁뎅이든 지금은 잘 볼 수 없으니, 노루가 뛰놀고 노루귀가 피었던 산골의 봄을 머릿속으로나 상상해 본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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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식물명의_어휘론적_연구(노재민)의 대학원 학위논문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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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풀'의 경우도 노루의 생김새와 이 풀이 직접적으로 닮았다기보다는 이 풀이 자라는 산지대가 노루의 서식지와 비슷하고, 이러한 공간에서 자주 발견되는 작은 풀 종류이기 때문에 그 공간적인 인접성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노루’가 구성요소로 참여한 ‘노루삼’, ‘노루오줌’ 등은 그 사전기술에서 ‘산에 자란다’와 같은 부분이 공통된다. ‘노루’가 식물명 구성요소로 참여할 때는 해당 식물인 노루가 잘 다닐만한 산속에 주로 서식하는 까닭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노루목’이 ‘노루가 자주 지나 다니는 길목’을 가리키는 말임을 참고할 수 있다. 한편, ‘노루귀’의 경우는 그 생성 과정이 다른 것인데, 이 경우는 그 잎의 모양에 털이 많고 노루의 귀 모양과 유사한 점이 포착되므로 그 유사한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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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노루귀는 노루의 귀모양을 한 잎의 모양과 부드럽게 난 털의 모양이 노루의 그것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즉 노루의 특정부분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그럼 강아지도 있고 친근한 동물이 더 있었을텐데 왜 하필 노루인가? 당시에는 여러 야생동물이 산에서 살았고 그 중에서도 산에 서식하고 가장 정감있는 동물이 노루였던 모양이다.

노루발은 겨울산행이나 초봄의 산행시 쉽게 알 수 있다. 노루발은 겨울에도 초록색의 잎을 그대로 유지한채 보내는데 노루발이 자라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온도가 높은지 눈이 더 빨리 녹아 얼핏보면 동물의 발자국같은 모양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식물을 배울 때는 노루발을 잘 관찰해보면 잎이 꼭 밝힌 모양으로 약간 찌부러진 모양인데 노루가 밟은 것 같은 모양이라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노루오줌은 뿌리부분에서 노루오줌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임소영님의 글처럼 노루가 물 마시고 오줌 누는 물가에 많다는 것은 구체적인 장소라기 보다 그냥 산중에 많이 핀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노루삼의 경우 이름에 대한 유래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삼은 뿌리의 맛이나 색때문에 붙었다고 하더라도 굳이 산에 자란다는 의미로 노루삼이라고 붙인 것은 선뜻 이해가 안된다. 인삼이 뿌리모양이 사람의 모양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고 산삼의 경우 산에서 자라는 삼이라는 의미라면 노루삼은 삼같이 생겼으나 산에서는 노루나 먹을 법한 가짜삼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추측해볼 뿐이다. 실제로 뿌리라고 부르는 것은 줄기부분(지하경 중 근경의 형태를 띰)으로 굵고 홍갈색이며 수염뿌리가 있으며 약효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삼과는 다르지만 산에자라는 삼에 버금가는 약효를 가진 약초라는 의미에서 붙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노루삼은 미나리아재비과이고 인삼이나 산삼은 두릅나무과다.

식물명의_어휘론적_연구(노재민)을 통해 노루목이 노루의 목이 아닌 보통 '목이 좋다'라고 표현할 때 위치가 좋다는 의미의 '목'의 의미를 가진다면 노루목 역시 노루가 자주 출몰할 만한 곳에 산다는 의미로 보인다. 참나물의 이명인 '산노루참나물' 역시 단순히 '산에서 자라는'의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식물명은 아니지만 '노루궁뎅이'라는 이름의 버섯이 있다. 노루의 엉덩이 부분은 유독 하얀 털로 뒤덮여 있어 멀리서도 뒤태만으로도 구분이 가능한데 이 노루궁뎅이를 쏙 빼닮은 버섯의 형태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노루털버섯이 있다. 전체적인 모양은 보통 버섯모양이지만 갓의 아랫면의 자실층에 노루의 털같은 짧고 갈색빛을 띤 침상돌기가 잘 발달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보인다.



한가지 더 재봉일을 평생 해오신 나의 아버지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것이 하나있는데 바로 미싱이다. 미싱일을 하시면서 예전부터 노루발이라는 이름을 들어왔는데 어렸을 때는 잘 몰랐다가 커서야 그게 노루발과 꼭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물이름은 아니지만 식물명과 같으면서도 식물은 밟힌모양, 잎맥의 모양, 노루발자국 모양을 비유한 것이라면 미싱에서 쓰는 노루발이란 녀석은 의미그대로 노루의 발 중에서도 특히 발굽부분을 꼭 빼닮아 붙은 모양인 게 재미있어서 다루어 보았다.

옛날 사람들은 산은 노루가 많은 곳으로 생각했을 만큼 노루는 흔한 동물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산에서 대형 야생동물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한번은 산에서 갔다가 사람이 없는 한적한 장소에서 야생화를 촬영하고 있다가 등뒤에서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돌아보니 5m정도 거리에서 고라니 한마리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야외에서 그렇게 가까이서 커다란 야생동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놀라서 카메라로 찍을 생각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한 적이 있다. 산을 오르면 식물이름 속에서 노루를 발견하기 보다는 멀리서라도 노루궁뎅이정도라도 감상할 수 있는 때가 언젠가는 다시 오기를 한번 소망해보며 글을 마친다.

박각시나방의 '박각시'의 유래


박각시나방은 국내에 56종 정도가 기록되어있는 대형나방이다.
습성도 다양해서 밤에만 날아다니는 야행성을 보이는 종류도 있고 꼬리박각시류처럼 낮에 활발히 활동하며 먹이도 찾고 수분활동도 돕는 종류도 있다.
박각시나방은 비행능력이 아주 탁월한데 특히 낮에 날아다니는 꼬리박각시류는 정지비행을 하며 꽃의 꿀을 먹으며 부지런히 꽃밭을 오가기 때문에 종종 처음보는 사람은 벌새를 봤다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크기도 작고 새처럼 날렵한 동작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나 역시 처음보았을 때는 벌새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에는 벌새가 없다. 주행성나방은 투명한 날개를 가진 종이 몇종 있으며 얼핏본다면 큰 말벌과 유사하게 볼 수도 있겠다.

주행성인 박각시나방은 가리지 않고 여러가지 꽃의 꿀을 가해하기 때문에 박각시의 '박'과는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야행성인 경우 밤에 피는 꽃의 꿀을 찾기 때문에 박꽃을 선호했나보다. 특히 박은 속을 먹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 생활도구를 만들 수 있는 장점때문에 예전에는 집에서 많이 키웠을 것이다. 박꽃이 필 때면 박각시나방들이 날아와 꽃의 꿀을 먹고 수분을 시켜주었는지 마치 꽃을 찾아든 한 마리 나비라는 표현이 딱 맞는 듯 하다. 이렇게 보통은 꽃을 여성이라고 하고 찾는 대상을 남성으로 비유하는데 그럼 왜 박각시나방은 '각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 경우엔 오히려 박서방나방이 더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또한 실상 박각시나방의 역할은 각시나 서방이 아닌 중매쟁이 역할이므로 조금은 이상한 작명으로까지 보인다. 북한의 '박나비'라는 표현이 더 무난해 보인다.

작은검은꼬리박각시


'박각시'의 유래는 박에 찾아들어 박의 각시역할을 해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통상 알려져 있다. 밤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박의 수분을 돕는 대상으로 공진화의 과정을 거쳐왔는지도 모르겠다. 수분을 도와주는 중개자로 예전 짚으로 된 지붕위에 박꽃이 피면 어김없이 찾아와 분주히 오가던 박각시나방을 보며 '각시'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반어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좀 우습게 들리지만 박서방나방이나 박중매쟁이나방이 더 설득력이 있다. 보통 '각시'라는 표현은 '아내'나 '새색시'의 의미로 쓰이거나 '보통 크기보다 작거나 이쁜 모양'을 이를 때 사용된다. 박각시의 각시는 이런 크기나 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밤에 박꽃을 찾은 나방 = 각시?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때는 이쁜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은 이상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북한에서는 박각시나방은 박나비라고 부른다. 나비와 나방을 남한에서는 구분해 사용하지만 북한에서는 밤나비, 등불나비, 명충나비등과 같이 부르며 특별히 나비, 나방으로 구분해 부르지 않는다.

두꺼비의 이름을 빌린 생물들 그리고...


두꺼비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물뭍동물이다.
물과 뭍을 오가며 살아야 하고 따라서 우리 곁에 그들이 있기 위해서는 습지나 하천환경의 보전이 필요한 동물이다.
우리말로 물뭍동물이며 보통 양서류라고 부르며 국내에는 두꺼비와 물두꺼비, 북한에 몽골참두꺼비가 분포하여 한반도에 분포하는 두꺼비종류는 총 3종이 되겠다.
그런데 두꺼비라는 이름은 오히려 양서류보다는 곤충쪽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아래는 산림청의 국가종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곤충데이터베이스에서 두꺼비란 이름으로 검색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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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꺼비딱정벌레 딱정벌레과
덕유두꺼비딱정벌레 딱정벌레과
두꺼비딱정벌레 딱정벌레과
두꺼비잎벌레 잎벌레과
두꺼비하늘소 하늘소과
무늬두꺼비바구미 바구미과
민두꺼비바구미 바구미과
바다두꺼비바구미 바구미과
사막곰보두꺼비하늘소 하늘소과
사막두꺼비하늘소 하늘소과
영식두꺼비딱정벌레 딱정벌레과
제주두꺼비바구미 바구미과
중두꺼비딱정벌레 딱정벌레과
큰두꺼비딱정벌레 딱정벌레과
털두꺼비하늘소 하늘소과
한라큰두꺼비딱정벌레 딱정벌레과

두꺼비메뚜기 메뚜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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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등록된 종으로는 두꺼비메뚜기 한 종만이 메뚜기목에 속하고 나머지는 모두 딱정벌레목임을
알 수 있다.
두꺼비의 갑옷을 두른 듯한 강인한 인상이 딱정벌레 곤충의 이름을 붙일때 특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였나보다. 특히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낯선 곤충의 이름을 붙일 때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 복잡하고 특이한 이름보다는 쉽게 머리속에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낯익은 단어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두꺼비라는 이름은 접두사로 많이 사용되어 온 것 같다.

그렇다면 두꺼비의 어떤 특징이 이름에 반영된 것일까?두꺼비 이외에도 곤충의 이름에는 유독 동물의 이름이 들어간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은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일단 두꺼비부터 알아보자.
두꺼비를 직접 보거나 관찰해보거나 잡아본 사람이라면 두꺼비 하면 떠 오르는 것이 있다.
갈색 빛의 피부, 울퉁불퉁 돌기가 나와있는 피부, 양서류치고는 가장 큰 녀석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강인하고 튼튼하게 생겨 흔히 떡두꺼비같은 자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위 곤충들의 이름은 모두 색깔과 피부의 울퉁불퉁한 돌기와 관련이 되어 있다.
두꺼비메뚜기, 두꺼비하늘소류, 두꺼비바구미류는 거무튀튀하거나 갈색빛을 띠는 두꺼비의 색깔뿐만 아니라 울퉁불퉁한 돌기가 난 것이 두꺼비의 특징을 많이 닮았다.이외의 딱정벌레들은 색깔은 차이가 나지만 표면에 많은 점각이 분포하는 점에서 두꺼비의 표면을 많이 닮았다.


두꺼비메뚜기로 머리와 가슴부분에 돌기물이 잘 발달되어 있고 색깔도 두꺼비의 그것을 많이 닮았다.


자주 접하지 못하는 생물의 이름에 보다 쉽게 만날 수 있었던 동물의 이름의 이름과 이미지를 빌려 차용하는 경우는 비단 곤충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물의 이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고유한 특징이 더 있을텐데 유명스타들이 뜨면 제2의 누구~ 하는 것처럼 원래의 생물의 이름이 묻혀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식물의 경우는 개구리밥과 같은 자주 듣는 식물의 이름은 알아도 개구리발톱, 개구리자리, 이명이긴 하지만 개구리낚시, 개구리발톱, 매발톱, 꿩의밥, 꿩의다리, 노루귀, 노루발, 노루오줌과 같은 이름은 식물이름이라고 가르쳐주지 않고 이름만 알려주면 이게 무슨 이름인지 하물며 식물인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도둑놈의갈고리'라는 풀은 중간에 '-의'가 있어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데다가 마찬가지로 식물명인지 감을 잡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다행히 곤충의 이름에는 메뚜기, 딱정벌레처럼 보통 뒤에 규칙적으로 붙는 부분이 있어서 혼동을 덜하게 해주지만 다른 생물의 이름이 주는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할바에는 고유한 생물의 특징을 잘 잡아서 이름지어주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곤충과 식물이외에 최근 기상이변으로 국내바다에서 채집되었다는 두꺼비게는 색깔은 보라빛이지만 등딱지부분에 크고 작은 돌기가 울룩불룩한 것이 두꺼비의 그것을 떠올리게 해 붙은 이름이다.

생물은 아니지만 이와는 다르게 두꺼비의 전체모습이 비슷하다고 붙은 이름중 두꺼비바위가 있다. 이는 두꺼비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바위모양이야 조각하지 않은이상 비슷하다고 해도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두꺼비와 비슷한 돌모양은 예로부터 보호받고 복을 가져다주는 상징물과 같은 역할을 해 온 듯 하다. 복을 가져오는 동물로서 비슷한 형상을 가진 사물도 효험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래는 위 사진의 두꺼비바위에 대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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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 북면 마정리 마태실마을 언덕에 있는 높이 1.92m·폭 90cm·두께 66cm의 바위이다. 두꺼비가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이다. 옛날에 칠보산 용추봉에서 쓸쓸하게 지내던 두꺼비바위가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 살고 싶어, 풍수지리적으로 매화가 떨어지는 연못 형상인 이곳으로 내려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두꺼비바위의 입을 바라보는 쪽의 마을 처녀들은 바람이 나 고향을 떠난다고 하며, 엉덩이를 쳐다보는 마을에는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그로 인해 몇몇 마을의 주민들이 바위의 방향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인 적도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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