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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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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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명의 '노루'의 의미


식물의 이름 중에는 노루를 비롯해 동물의 이름이 들어간 것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다룰 내용은 바로 '노루'가 들어간 이름에 대한 것이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서 '노루'로 검색을 해보면 여러종의 식물이름이 검색되는데 크게 나누면 미나리아재비과(노루귀, 노루삼) 노루발과(노루발), 범의귀과(노루오줌),산형과(참나물(산노루참나물), 노루참나물), 콩과(노루목등갈퀴)로 구분할 수 있다.



노루귀와 노루오줌, 노루발에 대해서는 종종 유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외에 노루목이나 노루삼에 대한 것은 이글을 쓰면서 새로 알게 된 것들이다. 일단 참고한 글중 발췌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아래는 임소영님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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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입춘에 우수까지 지나니 방송이나 잡지에서 봄을 알리는 들꽃 사진을 많이 보여준다. 산과 들에 사진 찍으러 가도 실제로는 찾기 어렵다고 하는데, 눈속에서도 피어 있는 풀꽃을 찾아내고는 강한 생명력을 느끼고서 그 새롭고 소중함을 전하는 듯하다. 산수유·매화·개나리·진달래·벚꽃이 차례로 온 나라를 덮기 전에 봄의 전령으로 수줍게 피는 바람꽃·복수초·현호색·노루귀·제비꽃 …. 이 가운데 노루귀는 신문·방송에서도 여러 번 보았다.

노루가 예전에는 아주 친근한 동물이어서 그런지, 땅이름·연장이름·속담들에도 자주 등장한다. 풀꽃이름에는 더 흔하다.

‘노루귀’는 노루귀 모양의 잎 뒷면에 털이 보송보송 길게 덮은 모습이 노루귀와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조금 작은 노루귀는 ‘새끼노루귀’라 부른다.

‘노루발’은 잎맥 모양이나 하얀 눈 위에 나 있는 모습이 노루 발자국처럼 보인다 하여 붙은 이름인데, 작은 품종은 ‘새끼노루발’이다. ‘노루삼’은 홍갈색 수염뿌리가 나고 약효가 많은 까닭에, ‘노루오줌’은 노루가 물 마시고 오줌 누는 물가에 많고, 노루오줌 냄새가 난대서 붙은 이름이다. ‘노루참나물’은 참나물과 비슷하나 전체에 털이 나서, ‘노루궁뎅이버섯’(노루꼬댕이버섯)은 노루꼬리 모양의 털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노루귀든 노루궁뎅이든 지금은 잘 볼 수 없으니, 노루가 뛰놀고 노루귀가 피었던 산골의 봄을 머릿속으로나 상상해 본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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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식물명의_어휘론적_연구(노재민)의 대학원 학위논문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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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풀'의 경우도 노루의 생김새와 이 풀이 직접적으로 닮았다기보다는 이 풀이 자라는 산지대가 노루의 서식지와 비슷하고, 이러한 공간에서 자주 발견되는 작은 풀 종류이기 때문에 그 공간적인 인접성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노루’가 구성요소로 참여한 ‘노루삼’, ‘노루오줌’ 등은 그 사전기술에서 ‘산에 자란다’와 같은 부분이 공통된다. ‘노루’가 식물명 구성요소로 참여할 때는 해당 식물인 노루가 잘 다닐만한 산속에 주로 서식하는 까닭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노루목’이 ‘노루가 자주 지나 다니는 길목’을 가리키는 말임을 참고할 수 있다. 한편, ‘노루귀’의 경우는 그 생성 과정이 다른 것인데, 이 경우는 그 잎의 모양에 털이 많고 노루의 귀 모양과 유사한 점이 포착되므로 그 유사한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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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노루귀는 노루의 귀모양을 한 잎의 모양과 부드럽게 난 털의 모양이 노루의 그것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즉 노루의 특정부분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그럼 강아지도 있고 친근한 동물이 더 있었을텐데 왜 하필 노루인가? 당시에는 여러 야생동물이 산에서 살았고 그 중에서도 산에 서식하고 가장 정감있는 동물이 노루였던 모양이다.

노루발은 겨울산행이나 초봄의 산행시 쉽게 알 수 있다. 노루발은 겨울에도 초록색의 잎을 그대로 유지한채 보내는데 노루발이 자라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온도가 높은지 눈이 더 빨리 녹아 얼핏보면 동물의 발자국같은 모양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식물을 배울 때는 노루발을 잘 관찰해보면 잎이 꼭 밝힌 모양으로 약간 찌부러진 모양인데 노루가 밟은 것 같은 모양이라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노루오줌은 뿌리부분에서 노루오줌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임소영님의 글처럼 노루가 물 마시고 오줌 누는 물가에 많다는 것은 구체적인 장소라기 보다 그냥 산중에 많이 핀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노루삼의 경우 이름에 대한 유래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삼은 뿌리의 맛이나 색때문에 붙었다고 하더라도 굳이 산에 자란다는 의미로 노루삼이라고 붙인 것은 선뜻 이해가 안된다. 인삼이 뿌리모양이 사람의 모양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고 산삼의 경우 산에서 자라는 삼이라는 의미라면 노루삼은 삼같이 생겼으나 산에서는 노루나 먹을 법한 가짜삼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추측해볼 뿐이다. 실제로 뿌리라고 부르는 것은 줄기부분(지하경 중 근경의 형태를 띰)으로 굵고 홍갈색이며 수염뿌리가 있으며 약효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삼과는 다르지만 산에자라는 삼에 버금가는 약효를 가진 약초라는 의미에서 붙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노루삼은 미나리아재비과이고 인삼이나 산삼은 두릅나무과다.

식물명의_어휘론적_연구(노재민)을 통해 노루목이 노루의 목이 아닌 보통 '목이 좋다'라고 표현할 때 위치가 좋다는 의미의 '목'의 의미를 가진다면 노루목 역시 노루가 자주 출몰할 만한 곳에 산다는 의미로 보인다. 참나물의 이명인 '산노루참나물' 역시 단순히 '산에서 자라는'의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식물명은 아니지만 '노루궁뎅이'라는 이름의 버섯이 있다. 노루의 엉덩이 부분은 유독 하얀 털로 뒤덮여 있어 멀리서도 뒤태만으로도 구분이 가능한데 이 노루궁뎅이를 쏙 빼닮은 버섯의 형태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노루털버섯이 있다. 전체적인 모양은 보통 버섯모양이지만 갓의 아랫면의 자실층에 노루의 털같은 짧고 갈색빛을 띤 침상돌기가 잘 발달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보인다.



한가지 더 재봉일을 평생 해오신 나의 아버지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것이 하나있는데 바로 미싱이다. 미싱일을 하시면서 예전부터 노루발이라는 이름을 들어왔는데 어렸을 때는 잘 몰랐다가 커서야 그게 노루발과 꼭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물이름은 아니지만 식물명과 같으면서도 식물은 밟힌모양, 잎맥의 모양, 노루발자국 모양을 비유한 것이라면 미싱에서 쓰는 노루발이란 녀석은 의미그대로 노루의 발 중에서도 특히 발굽부분을 꼭 빼닮아 붙은 모양인 게 재미있어서 다루어 보았다.

옛날 사람들은 산은 노루가 많은 곳으로 생각했을 만큼 노루는 흔한 동물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산에서 대형 야생동물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한번은 산에서 갔다가 사람이 없는 한적한 장소에서 야생화를 촬영하고 있다가 등뒤에서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돌아보니 5m정도 거리에서 고라니 한마리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야외에서 그렇게 가까이서 커다란 야생동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놀라서 카메라로 찍을 생각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한 적이 있다. 산을 오르면 식물이름 속에서 노루를 발견하기 보다는 멀리서라도 노루궁뎅이정도라도 감상할 수 있는 때가 언젠가는 다시 오기를 한번 소망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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