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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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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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각시나방의 '박각시'의 유래


박각시나방은 국내에 56종 정도가 기록되어있는 대형나방이다.
습성도 다양해서 밤에만 날아다니는 야행성을 보이는 종류도 있고 꼬리박각시류처럼 낮에 활발히 활동하며 먹이도 찾고 수분활동도 돕는 종류도 있다.
박각시나방은 비행능력이 아주 탁월한데 특히 낮에 날아다니는 꼬리박각시류는 정지비행을 하며 꽃의 꿀을 먹으며 부지런히 꽃밭을 오가기 때문에 종종 처음보는 사람은 벌새를 봤다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크기도 작고 새처럼 날렵한 동작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나 역시 처음보았을 때는 벌새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에는 벌새가 없다. 주행성나방은 투명한 날개를 가진 종이 몇종 있으며 얼핏본다면 큰 말벌과 유사하게 볼 수도 있겠다.

주행성인 박각시나방은 가리지 않고 여러가지 꽃의 꿀을 가해하기 때문에 박각시의 '박'과는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야행성인 경우 밤에 피는 꽃의 꿀을 찾기 때문에 박꽃을 선호했나보다. 특히 박은 속을 먹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 생활도구를 만들 수 있는 장점때문에 예전에는 집에서 많이 키웠을 것이다. 박꽃이 필 때면 박각시나방들이 날아와 꽃의 꿀을 먹고 수분을 시켜주었는지 마치 꽃을 찾아든 한 마리 나비라는 표현이 딱 맞는 듯 하다. 이렇게 보통은 꽃을 여성이라고 하고 찾는 대상을 남성으로 비유하는데 그럼 왜 박각시나방은 '각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 경우엔 오히려 박서방나방이 더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또한 실상 박각시나방의 역할은 각시나 서방이 아닌 중매쟁이 역할이므로 조금은 이상한 작명으로까지 보인다. 북한의 '박나비'라는 표현이 더 무난해 보인다.

작은검은꼬리박각시


'박각시'의 유래는 박에 찾아들어 박의 각시역할을 해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통상 알려져 있다. 밤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박의 수분을 돕는 대상으로 공진화의 과정을 거쳐왔는지도 모르겠다. 수분을 도와주는 중개자로 예전 짚으로 된 지붕위에 박꽃이 피면 어김없이 찾아와 분주히 오가던 박각시나방을 보며 '각시'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반어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좀 우습게 들리지만 박서방나방이나 박중매쟁이나방이 더 설득력이 있다. 보통 '각시'라는 표현은 '아내'나 '새색시'의 의미로 쓰이거나 '보통 크기보다 작거나 이쁜 모양'을 이를 때 사용된다. 박각시의 각시는 이런 크기나 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밤에 박꽃을 찾은 나방 = 각시?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때는 이쁜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은 이상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북한에서는 박각시나방은 박나비라고 부른다. 나비와 나방을 남한에서는 구분해 사용하지만 북한에서는 밤나비, 등불나비, 명충나비등과 같이 부르며 특별히 나비, 나방으로 구분해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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