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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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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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스런 야생화 이름.. 불알, 개불알


국가표준식물목록을 참고해보면 국내의 식물이름에는 아래와 같은 이름에서 '불알', '요강', '복주머니'이란 단어가 나타난다.
한눈에도 남사스러운 표현임에는 틀림이 없다. 왜 하필 '불알'이란 말인가? 분명 '불알'이란 의미하나만 보면 은밀한 부위이며 쉽게 입에서 꺼내기 어려운 말이지만 '불알친구'라는 말은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는 입을 통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야생화의 경우 위의 '불알, 요강, 복주머니'와 같은 표현은 비슷한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며 식물의 일부분의 형태와 관련이 있고 보통 둥근모양을 의미한다. '불알'의 경우 2개가 짝을 지은 형태를 나타내는 경우 쓰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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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요강꽃 (난초과) - 광능요강꽃, 광릉복주머니란, 광릉요강, 큰복주머니
노랑복주머니란 (난초과) - 노랑개불알꽃, 누른요강꽃, 큰개불알꽃
복주머니란 (난초과) - 개불알꽃, 복주머니, 복주머니꽃, 요강꽃
털복주머니란 (난초과) - 조선요강꽃, 털개불알꽃

개불알풀 (현삼과) - 개불꽃
눈개불알풀 (현삼과)
선개불알풀 (현삼과) - 개불알꽃, 선조롱박풀
소경불알 (초롱꽃과) - 소경불알더덕, 알더덕, 만삼아재비
애기더덕 (초롱꽃과) - 애기소경불알
큰개불알풀 (현삼과) - 큰개불알꽃
털복주머니란 (난초과) - 털개불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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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삼과, 난초과, 초롱꽃과에서 나타나는데 모두 형태에서 '불알'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알친구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거리낌 없이 막역한 사이를 이르는 말이지만 식물의 이름 속에서 '불알'은 단순히 식물의 일부분(열매, 꽃 등)이 모양상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 많다.

큰개불알풀

선개불알풀

개불알풀 열매 (참고 : http://blog.empas.com/lhg289/22146963)

처음 개불알풀과 같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들의 이름을 알게 되면서 너무 성의없게 지은 이름이 아니냐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식물을 만나고 열매나 꽃의 생김새를 관찰하면서 나도 모르게 동감하고 만 것이 바로 이 개불알풀이란 풀이다. 열매가 들어있는 부분 두쪽이 불알마냥 붙어있는데 열매가 여물면서 부풀어오르면 여지없이 꼭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불알'이 쓰인 형태를 보면 대부분이 '불알'의 형태가 아닌 '개불알'의 형태로 쓰여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서 '개-'는 '가짜-'나 '거짓'의 의미가 아닌 개(犬, dog)의 의미를 가진다. 자주 접하는 동물중 하나인 개의 불알을 다룬 이유는 불알의 형태를 관찰하기가 쉬운 편이며 비호감을 덜하면서도 형태상 특징을 잘 살리고자 한 것 같다.

분명 '불알'이란 단어는 식물의 일부분을 설명하는 단어로는 그리 적당한 표현은 아니나 자세한 특징을 살펴보면 나쁜 표현만도 아니다. 그러나 하필 왜 그곳이란 말인가. 이런 이유로 난초과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이름이 되고 말았다. 아름다운 꽃을 가진 난초 이름에 불알이란 단어가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복주머니' 혹은 요강꽃으로 대부분 교체되고 말았다.

그 결과 소경불알을 제외하고는 불알은 '개불알'의 형태로 현삼과 식물의 열매특징을 나타내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에도 이런 경향은 잘 반영되어 있다.

'개불알'은 대부분 형태와 관련이 깊은데 현삼과의 개불알풀 종류는 열매의 모양을 딴 경우이며 난초과의 경우에는 꽃의 형태를 딴 경우이다. 이 때문에 현삼과 식물은 개불알풀로 불리며 난초과 식물에는 개불알꽃으로 구분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불알'이 들어간 난초과 식물의 경우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큰 꽃이 피는데 애호가들에게 하필 '개불알'로 비유되는 꽃은 불만사항이었나보다. 요강꽃내지는 복주머니란으로 변모된 사례가 그 한 예이다. 이에 비해 현삼과 식물의 꽃은 눈에 잘 띠지 않을만큼 작으며 '개불알'의 의미는 잘 눈에도 뜨이지 않는 열매의 모양을 잘 반영한 것이므로 은밀한 부분에 있는 불알과 속성이며 형태면에서 유사점이 많아 '개불알'이란 이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초롱꽃과의 소경불알 종류에서는 '개불알'의 형태가 아닌 '불알'이 직접 사용되고 있으며 뿌리의 형태와 관련이 있다. 길쭉한 모양이 아닌 알모양을 하고 있는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둥근모양과 땅 속에 숨겨져 평소에는 안보인다는 특징이 '불알'의 여러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다. 정리하면 현삼과의 경우 열매의 모양, 난초과의 경우 꽃의 모양, 초롱꽃과의 경우 뿌리의 모양이 '불알'의 형태적인 특징 및 속성(은밀한 곳에 위치함)과 관련이 있다.

이름이란 건 변하기 마련이다.
개불알꽃이 이쁘고 복스러운 복주머니란으로 개명한 것이나 개불알풀이 그 이름을 아직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추천명으로 올리고 있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 봄까치꽃이라는 이쁜 이름이 더 환영받는 것처럼 시대가 지나고 사람들의 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 수록 애칭이나 이름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이명이 많아 혼란스러울수도 있지만 이명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으며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쁜이름이 좋기도 하나 난 개불알풀 정도는 재미있게 불러주고 싶다. 특징적인 열매의 형태가 잘 반영된 이름이기 때문이고 그걸 떠나서도 왠지 옛날 사람들의 장난섞인 별명붙이기 같은 이름이 이유없이 맘에 들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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