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About Me

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Search

License


more detail
블로그의 모든 글과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상기의 Creative Commons License를 따르며 기타 인용한 내용이나 스크랩한 글들은 모두 해당 저자에게 저작권이 있음을 알립니다.

Profile

꿩의바람꽃 이야기




2003년 이른 봄. 화야산 계곡에서 이 꿩의바람꽃을 처음 보았다. 이 글과 사진은 그 때 찍고 적었던 글이다. 바람꽃. 보면 볼 수록 아름다운 꽃인 것 같다. 소박하고 청초한 외모에 비해 이름은 바람꽃이라니...

인터넷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숲해설가협회의 류희창선생님 칼럼을 봤는데 그 중 `꿩의바람꽃의 의미'란 글을 본 적이 있다. 이름만으로는 전혀 의미를 생각하기 어려운 참 추상적인 이름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너무 재밌고 의미도 가슴에 와 닿아 여기에 소개한다.

-----------------------------------------------------
산에 오르면 들꽃들이 화사하다.
어찌 이리도 오묘한 색을 가지고 있을까...현호색
겨울솜옷을 아직도 입고 있는...노루귀
꿩이 바람 필 무렵 피어나는..꿩의바람꽃..

꽃의 이름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많은 정보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상님들의 지혜를 담고 있다.
절로 탄성이 나오는 들꽃이름의 의미...

어찌 이리도 이름을 잘 지었을까?

꿩이 바람 피울 때 피는 꿩의바람꽃...
꿩의바람꽃은 이름에서 주는 미소 외에
우리 조상들 삶이 녹아 들어 있다.

꿩이 바람피우는 것과 사람의 생활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예전 닭알은 농가에서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계란말이, 계란국, 계란찜, 계란부침....
날계란 하나로 목을 트이던 그 계란..

그렇지만 봄철 계란은 먹을 수 없다.
먹어서는 안된다.
너무 아까워서...
병아리를 깨어 나오게 해야 되기 때문이다.
봄철 계란을 먹어버리면 여름철 삼계탕은 없는 것이다.

이때 닭알 대신 다른 알을 구해야 하는데..
바로 꿩알이 대신할 수 있었다.
들을 가다...
꿩의바람꽃이 피어나면..
아하...지금쯤 꿩들이 바람을 피우겠구나..
보름정도 지나면 꿩들이 알을 낳겠구나..

꿩은 일부 다처제.
꿩의바람꽃이 피어날 때 쯤이면
숫꿩들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 싸움을 한다.
양지바른 너른공터에 암컷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컷들이 며느리발톱으로 서로를 공격하며 싸우는 모습은 장관이다..

싸움에서 이긴 수컷은 암컷을 모두 차지하고
짝짓기를 한다음
알을 낳아 꿩의 병아리(꺼병이)를 깨어나오게 한다.
바로 꿩의바람꽃이 피어날 때 그들의 행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꿩의 집을 찾을 때는 어떻게 할까?
숫꿩은 봄철 암꿩이 알품기에 들어가면
천적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둥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꿩꿩대며 운다.
그런데 꿩의 소리가 나는 정반대편 그 높이에 가면
암꿩들이 알을 품는 둥지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이치를 알고.
꿩이 소리내는 반대편에가서
꿩알을 찾아 내었다.
꿩은 한마리가 20개에서 30개의 알을 낳는다.
이는 농가에서 계란을 대신할 중요한 먹을거리였다.
또한 꿩알을 봄철에 꺼내 먹어야만 되는 이유중 하나는..
꿩의 숫자가 너무 많아져서
농사 망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꿩의바람꽃이 단순한 들꽃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 시기를 알려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원이었던 것이다..

청계산에 꿩의바람꽃이 아주 많이 피었다.
그 모습 또한 너무 예쁘고 청아하다..

------------------------------------------------------
대한식물도감(이창복 저)를 보면 Anemone란 속명은 지중해산 아네모네의 희랍명으로 `바람의 딸'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의 유래의 정확성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이런 이야기는 많이 만들어질 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바람'의 의미가 여러가지이듯 이야기도 많을 수록 좋은 게 아닐까? 산들거리는 바람의 의미는 야생화의 이미지에 딱 맞고 바람 피우는 시기와 연관짓는 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더욱 좋다. 벌써 식물을 배우기 시작한지는 꽤 되어가는데 종종 듣거나 알게 되는 식물의 정겨운 이야기들은 어쩜 가까우면서도 먼 생명들을 더욱 더 친근하고 포근하게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새로운 얘기라도 듣는 날이면 그날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듯 하다.

0 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