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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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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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입산


등산과 입산

이원규 님의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 지리산 편지 – 중에서…

산 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기에 참 좋은 날입니다. 죽기에도 좋고 누군가 태어나기에도 좋은 봄날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기 바랍니다. 다만 등산(登山)은 말고 입산(入山)하러 오시길.

등산은 인간의 정복용과 교만의 길이지만 입산은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경쟁하듯이 지리산 종주를 하다 보면 보이는 것이라곤 앞 사람의 발뒤꿈치뿐이지요. 하지만 입산의 마음으로 계곡의 바위들을 타고 흔적도 없이 오르는 사람에게는 몸 속에 이미 지리산이 들어와 있습니다. 유정 무정의 뭇 생명들이 곧 나의 거울이자 뿌리가 되는 것이지요.

누구나 정복해야 할 것은 마음 속 욕망의 화산(火山)이지 몸 밖의 산이 아닙니다.

산에 들어갈 때엔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흥얼흥얼 천천히 가시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사람도 살고 산짐승도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바람결에 나의 냄새와 노래를 실어보내면 멧돼지나 반달곰이나 독사들도 알아서 길을 내주지요.

처음엔 향기로운 풀꽃을 따라 갔다가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계곡 물을 따라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곳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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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원규님의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좋은생각]라는 책의 한 부분을 옮겨 본 것입니다. 등산과 입산이라… 가끔은 등산도 가끔은 입산도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입산이 더 좋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산을 오르는 것이 더 좋지만 때론 혼자서 산을 오르며 천천히 오르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걸터 앉아 쉬는 그런 조용한 산책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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