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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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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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과 어머니 - 익모초, 이질풀


우리의 들풀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예전 우리의 가난하고 소박했던 삶이 많이 깃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붙은 이름들이 그대로 굳어진 것들도 많을 것이다. 들풀과 관련된 우리네 이야기와 알뜰히 풀을 이용하는 문화를 일컬어 현대에는 풀뿌리문화라고도 부른다. 그중에서 오늘은 익모초와 이질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익모초라는 풀과 이질풀은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아이가 배앓이를 할 때 민간요법으로 이 풀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먹여 배아픔을 멎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녀석은 약이 귀할 때 엄마를 도와주는 풀이라고 해서 익모초(더할익, 어미모, 풀초 - 웹폰트가 한자를 지원 안 해주네요 ^^)라고 했으며 다른 한 풀은 파리가 앉은 음식물을 먹거나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서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설사를 계속하는 이질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이질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풀들을 야외에서 만날때마다 그 푸근하면서 모정이 느껴지는 것은 직접 보지 않아도 풀을 매개로 이심전심된 게 아닌가 싶다.

[선이질풀 2005.7.20. 예봉산]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국어책에 약손이라는 짧은 수필이 있었던 것 같다. 아픈 아이의 배를 문질러주면서 내 손은 약손이다. 얼른 나아라~ 얼른 나아라하면 신기하게도 아픈 배가 스르르 나았었다는 저자의 회고가 담긴 그런 내용이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난 약이란 것을 참 많이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약은 되도록 먹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돌이켜 보면 내게도 어머니의 그런 따뜻한 약손의 기억이 남아있다. 커서 말이다. 내가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면 무턱대로 약을 먹이는 것보다는 여러가지 응급처치정도는 할 수 있도록 공부 좀 해야겠다. 아버지 손은 약손이다 하며 배를 문질러 주는 것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약에 대한 기억보다는 모정이나 부정을 기억하게 해주는 건 어떨지 모르겠다.

야생화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우리나라의 이야기에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적었던 것 같다. 며느리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사랑과 이별, 슬픔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점이다. 꽃에 대한 이야기에 여성이 많은 것은 꽃과 열매의 자연적 기능과 상징적인 의미가 통해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살림살이를 주로 했던 여성들에게 들풀과의 관계는 먹거리와 연결되거나 약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에 비해 나무를 지거나 힘이 들어가는 작업에 관련된 생물에 대해서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역시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에서 묻어나는 문화의 소산이 아닌가 싶다. 풀문화, 꽃문화 우리가 가진 이런 문화유산은 참으로 소중하다.

외국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그들의 영웅, 문화, 자원이 그 안에서 느껴질 때마다 생물을 공부한 나로선 아직 우리에게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낀다.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재천교수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학문간의 통섭과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비단 학문간이 아닌 영역을 넘어선 대화와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전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 않을까. 만남 그리고 열린 마음, 서로에 대한 존중 이 모두가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성의 시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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