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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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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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왕족인 나비들... 왕자팔랑나비, 왕팔랑나비, 대왕팔랑나비


대왕, 왕, 왕자...
그리고 여왕, 공주....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지도 수년이 지났네요.

후배들과 나비를 만나면서 즐겁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후배들의 야외실습 조교가 되어서 그네들이 자연을 즐겼으면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해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왕자팔랑나비, 왕팔랑나비, 대왕팔랑나비...
왕자와 왕, 대왕...
이 나비들을 모두 아는 이라면 그저 크기별로 나눈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전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저 처음엔 어떤 대답이 나올까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이 나비는 왕자팔랑나비야. 그럼 이 녀석의 암컷은 이름이 뭘까?"
"아~ 그리고 왕팔랑나비와 대왕팔랑나비라는 녀석들도 있는데 그럼 이 녀석들의 암컷은 또 이름이 뭘까?"

위의 세 이름이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듯이 얼핏 많은 이들이 생물을 사람에 빗대어 곧잘 이야기 합니다.
"공주팔랑나비, 왕비팔랑나비, 대왕대비팔랑나비가 아닐까?"
하며 힌트까지 줍니다.

왕팔랑나비


대부분은 제 계략대로 넘어오더군요.
80~90%는 선배이자 조교인 제 말을 믿을 즈음 그제서야 제 말이 공갈임을 밝힙니다.
"그런게 어디있냐? 그냥 왕자팔랑나비 암컷이고 왕팔랑나비 암컷이지~ ㅋㅋㅋ"
이러고 나면 다른 녀석들은 기억에 잘 안남아도 이 세 팔랑나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고
종종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왕자팔랑나비


나비를 만나고 사진을 찍은 것이 나비를 아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곤충을 공부하면서 많은 표본을 가지고 많은 사진과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연구를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것은 기다림입니다.
설사 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잠시라도 시간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고
같이 놀아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속에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두는 것도 사진자료를 남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느꼈습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엔 말이죠.
무모할 정도로 산을 다니며 흔한 나비라도 자주 만나고 고민도 해보고 친구도 삼아보고
하다보니 조금씩 녀석들에 대해 알게 되더군요.
그게 같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과도 친해지게 하더군요.
실제 이 왕팔랑나비는 아름다운 나비는 아닙니다.
제가 구분하는 방법은 녀석이 앉아있을 때 앞날개의 흰띠무늬가 항상 11자 모양이라는 겁니다.
이젠 나는 것만 얼핏보아도 나비인지 나방인지 대충 어떤 나비인지 알게 되었지만
새롭게 사진을 접하면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오래도록 이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 후배들은 제가 너무 산과 생물을 좋아해서 여자친구가 없다고 합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런 공부는 처음부터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공부였는데
결과가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앞으로 무슨일을 할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사귀어갈 벗들이 어디를 가도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야기의 소재이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저 사실이 아니라 생명과의 만남에서 이 시대에 맞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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