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앞잡이와 길라잡이
길앞잡이란 곤충은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조금이라도 생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들어본 이름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름의 유래또한 유명한 녀석이다.
대학의 곤충 동아리중에 고려대학교에 길앞잡이라는 유명한 동아리가 있었다.
지금은 대형화된 사이트들에 밀려서 사람들의 외면 속에 명맥 정도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난 가끔씩 이곳을 찾는다.
왜냐하면 내가 다니던 인천대학교의 곤충소모임인 [한터울]도 이런 멋진 홈페이지를 가진
소모임으로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만들어진 외관이 지금보기에도 이쁜 것을 보면
당시에 만든 사람의 정성이 묻어나는 사이트다.
메인화면에 길앞잡이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데 참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길앞잡이는 이렇게 온순하거나 귀여운 이미지는 아니다.
길앞잡이
아이누길앞잡이
이름의 유래를 소개하면
등산할 때 등산로를 따라 사람이 다가가면 계속 앞질러 날아가며 저만치 도망하고 다시 사람들이 다가오면 마치 길안내하듯이 계속 앞으로 날아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녀석들을 만나면 이 이름이 얼마나 잘 붙어진 것인지 금방 이해가 간다.
꽤 오랜 지난 일인데 국어사전에서 길앞잡이라는 말대신 길라잡이로 바뀌었는데 이는 어감상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보통 길잡이의 역할을 해주는 것을 '길라잡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원래는 바로 이 곤충에서 유래된 것이다. 길앞잡이라는 이름이 잘 지어졌다고 생각하는 내게 한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내가 환경부에서 잠시 일했을 때 새로 생기는 기관의 캐릭터로서 길앞잡이가 선정되었을 때 이 녀석의 캐릭터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다. 결국에 사람모양으로 만들어져 따리와 따비로 정해졌던 것 같은데 당시 이 녀석의 이름을 가지고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길앞잡이'
곤충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이 녀석의 이름과 이름의 유래를 내게서 듣고는 이해는 가지만 꼭 어감이 일제 시대의 앞잡이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어감상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길앞잡이의 현재 표기법인 길라잡이었다. 길잡이의 역할을 해주는 의미이기에 앞잡이라는 표현도 안들어가고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래도 앞잡이를 연상시킨다며 반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지도 않은 의견에 사람에 따라서는 같은 표현도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의 길앞잡이가 살고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http://www.beetleskorea.com/
위 주소로 가시면 한국의 길앞잡이종류에 대해서 잘 정리해 놓아 다른 곳에 비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 중에서 6-7종 정도는 보았지만 아직 기회가 안되었는지 귀한 종들은 여지껏 보지 못했다. 그 중 가장 많은 종류중 하나인 것이 빛깔이 너무 고와 비단길앞잡이라고도 부르는 [길앞잡이]이다. 이 녀석을 평가하기를 세계의 길앞잡이 종류와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들 한다.
실제로 녀석들은 맑은 날 메마른 땅 위에서 곧잘 관찰되는데 햇빛에 비친 딱지날개의 광택은 표본의 색깔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눈치 빠르고 날렵하다. 비행은 잘 하지만 한번에 멀리 날지는 못한다. 낮에는 길가를 돌아다니면서 자신보다 작은 곤충들을 무시무시하게 생긴 큰턱으로 잡아먹고 밤에는 숲으로 들어가 풀 잎 위에서 잠을 잔다. 이러한 습성이 만들어낸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길앞잡이를 보며 사람들이 일으킨 착각에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역시 착각은 자유다. 하지만 그렇게 탄생한 이 이름은 곤충을 시작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있어 재미와 흥미를 일으켜 주는 촉매제가 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