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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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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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밀망, 사위질빵 - 사위, 할머니


식물이름을 도감을 통해서나 배우면서 익히다보면 한번 들어서는 좀처럼 외워지지 않거나
이름이 어려워서 쉽게 잊어먹는 이름이 있기 마련이다.
할미밀망과 사위질빵...
이 녀석들도 그 중 하나였음은 물론이다.
할미와 사위까지는 알겠는데 그 뒤는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임소영님의 한국어 식물이름의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서 유래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할미와 사위는 내가 생각한 그대로 였다.
밀망은 등에 매다는 의미이고 질빵 역시 등에 지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 등에 맨다는 공통점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할미와 사위라는 명사를 쓰고 등에 멘다는 의미의 단어를 합쳐놓은 것일까?
위 논문에서는 줄기의 튼튼한 정도로 이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그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

할미질빵(할미밀망)은 덩굴나무의 한 종류인데 할머니가 매는 질빵을 만들 정도로 약한 [성질]을 가진 덩굴을 지시하고, 이에 비해 사위질빵은 사위가 매는 질빵을 만들 정도로 비교적 튼튼한 [성질]을 가진 덩굴을 지시한다. 이때에도 할머니와 사위에 대한 한국인의 인지태도를 엿 볼 수 있는데 할머니는 약한 사람의 대표적인 존재로(관용표현 중에도 할머니 콧김 같다는 표현이 있다). 반면에 사위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힘이 넘치는 존재로 인지함을 알 수 있다.


이유미박사님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나무 백가지에서 소개된 사위질빵의 이야기는 위 논문과는 다르게 사위질빵의 줄기역시 매우 약하다고 되어있다. 임소영 박사님은 직접 식물을 경험한 것보다는 여러 자료와 인문학적인 해석이 있었다면 이유미박사님은 전공자로서 경험 및 인문학적인 내용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으니 내겐 이유미박사님의 의견에 더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 부분을 인용하면
옛날부터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도 있듯이 처가에 가면 사위는 으레 극진한 대접과 사랑을 받게 마련이다. 예전 일부 지방에서는 가을이 되어 추수할 때가 되면 사위가 처가에 가서 가을걷이를 돕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사위에게 일을 시키는 장인과 장모의 마음이 오죽했으랴. 그래서 다른 일꾼들과 함께 일하던 농부들이 반은 불편으로 반은 부러움으로 약하디 약한 이 식물의 줄기로 지게의 질빵을 만들어 줘도 끊어지지 않겠다며 놀렸다고 한다. 그 후 이 덩굴식물의 이름은 사위질빵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유미박사님 책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할미밀망도 비슷한 이유에서 붙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미밀망은 할미질빵으로도 불리는데 밀망이든 질빵이든 지금도 사용하는 맬빵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다. 연세 많으신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시는 것이 자식들에게는 안쓰러워서 일부러 많이 짐을 싣지 못하게 약한 줄로 질빵을 만들어 드리지 않았나 싶다.

이름의 유래야 다 후세의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불러주는 것이라지만 이 두 식물의 이름의 유래를 알고나니 그저 식물의 약한 줄기의 특성에 대한 이름부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네의 삶이 너무나도 잘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둘다 효와 사랑, 아끼는 마음이지 않은가. 분류학을 하면서 외부적인 특징이나 먹이식물의 이름만을 따서 붙여주는 이름이 생각해보면 많이 부끄럽다. 이름이란 어느 개인이 붙여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머릿속에 남고 오랫동안 기억되어 이름불러질 수 있는 건 이런 이야기가 있고 그 시대의 정서가 담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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