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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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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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식물들... 연꽃, 수련, 목련, 한련




연못 위에 떠 있는 순백색의 화려한 꽃. 하지만 그리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의 꽃을 피우는 물위 식물이다. 연꽃이라 보통 부르지만 더 작고 원래 색은 흰색을 띤다.

처음 수련을 본 건 경복궁의 향원지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필카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을 때인데 내가 가진 렌즈라고는 MF 50mm 표준렌즈가 전부였었다. 쉽게 말해 거의 사람의 시각보다 조금 좁은 화각으로만 담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망원이나 준망원의 접사렌즈가 없었기 때문에 저만큼 떠서 살랑거리는 새하얀 수련은 처음부터 내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꽃 중 하나였다.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필름에 담는 것도 어려웠었다. 그 뒤로도 여러번 수련을 만나보았지만 역시 처음 본 때의 느낌같은 건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굳이 연꽃과 수련을 택하라고 한다면 난 수련을 택하고 싶다. 화려한 연꽃도 좋지만 그만큼은 아니지만 수수한 느낌이 나는 수련에 더 마음이 가는 건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처음 수련이란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물에 떠 있는 연이란 의미로 물 수(水)를 쓰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도감을 찾다가 수련이 그런 의미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직접 보게된 것은 2005년 특이하게도 부처님 오신 날 서울의 조계사를 찾아갔다가 근처에서 파는 수련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점심즈음에 갔다가 잠시 다른 곳을 들르고 저녁에 연등행사를 보기 위해 다시 왔는데 낮에 본 활짝 핀 수련은 꽃봉오리를 점점 닫으며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하~ 그래서 수련이구나. 밤이 되면 꽃봉오리를 닫고 잠을 잔다고 해서..'

잠잘 수(睡). 처음 내가 착각한 수련(水蓮)이나 원래 이름인 수련(睡蓮)이나 둘 다 녀석에게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생각해보면 연(蓮)이란 이름이 들어간 식물이름이 몇가지가 있는데 하나같이 재미있다. 그 기준에 서 있는 것이 대표적인 연꽃이다. 그리고 수련, 목련, 한련이다. 모두 전혀 다르게 생긴 식물이지만 형태만 본다면 비슷한 점들을 몇가지씩은 가지고 있다.

수련(睡蓮)
- 위에서도 말했듯이 녀석은 잠자는 수련이다. 낮에는 활짝 피어 눈부신 미소를 짓지만 밤에는 잠자는 미녀마냥 꽃봉오리를 오그리고 자고 아침이면 기지개펴듯 멋지게 다시 피어난다.

목련(木蓮)
- 위의 네 녀석들 중에 이 녀석만 유일하게 나무다. 하지만 커다란 꽃잎을 달고 봄이면 잎사귀도 없이 하얀꽃을 피워 유난히 더 꽃이 커보이는 녀석은 꽃만보면 여지없이 연꽃을 닮아있다. 그래서 녀석은 나무위에 피는 연꽃이다.

마지막으로
한련(旱蓮)
가물 한(旱)을 써서 쓴다.
이 녀석의 이름을 가장 나중에 안 것 같다. 생긴 것이 참 이국적이다. 한련과에 속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이 녀석 한 녀석이 알려져 있다. 한련하면 떠 올리는 모습은 연꽃의 그것과 비슷하다. 꽃모양은 어디를 봐도 연꽃과 비슷한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잎은 너무나 닮아있다. 아마도 녀석은 연꽃의 잎모양때문에 붙은 이름인 것 같다. 잎줄기도 잎끝이 아닌 잎의 중간에 어중간이 붙어있고 잎사귀의 면도 하늘을 향한 것이 많다. 연꽃은 수중에 잎을 띄우고 있지만 이 녀석은 뿌리만이 물을 쫒으며 잎은 건조한 지상으로 힘차게 펴 올려 붙은 이름일 것이다. 그래서 한련일 것이다. 잎모양뿐 아니라 비슷한 게 또 한가지 있는데 그건 한련에 물을 줘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잎위로 떨어지는 동글동글한 물방울들이 또르르르 떨어진다. 잎도 무척 얇고 잎표면에 털이 거의 없어 물을 주어도 오랫동안 가지고 있지 못하고 금새 땅바닥으로 흘려버린다. 종종 잎사귀에 남은 물방울들은 다른 식물들과 달리 아주 이쁘게 방울져 있어 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이들도 보았다. 연꽃도 이와 비슷한데 이런 점들이 다른 식구지만 이름만큼은 유대관계를 맺게 해준 이유일 것이다.

이 넷은 모두 다른 특징들로 별개의 가족들에 속해있다. 하지만 이들은 닮은꼴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름을 붙여준 사람들의 재치또한 감탄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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