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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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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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생각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오던 후쿠시마 오염수 윤석열정부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진척되면서 결국 오염수가 방류되기에 이르렀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의 안전성 검사와 일본정부,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로 아쉽다.

4대강때도 느꼈지만 5년짜리 대통령이 앞으로 10년이후 그 이상의 일의 결정에 있어서 몇달만에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하천 조사를 했던 사람으로서 참 안타까웠다. 신중한 판단을 해도 실수가 있을 수 있는 것을 불도저로 밀어붙이듯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공부하는 것에 대해 큰 회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같은 당 사람들이 정권을 잡더니 다시 같은 일을 졸속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국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국제기구의 조사결과와 방류 당사국인 일본과 방류하는 일본기업인 도쿄전력의 검사결과를 신뢰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한 국가의 정부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는 최고지도자라면 직접 자체 조사를 하여 결론을 내리고 국제 기구와 일본정부, 일본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와 비교해보아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포함한 미디어의 여러 논란이나 토론을 봐도 참 안타깝다. 이 사안을 정치적인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철저히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패널로 나오는 전문가는 원자력 관련 전문가 정도가 전부이다.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다로부터 비롯되는 먹거리라면 생물학 관련 학자를 불러야 했다.

오염수를 희석해서 내보내는 것이 안전하다는 IAEA, 일본, 한국의 대통령과 여당의 주장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 난 절대 안전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컵에 물을 가득담아놓고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려보자. 잠시 지나면 살짝 잉크 색깔을 띠지만 확실히 희석될 것이다. 다시 큰 수조에 물을 가득 떠서 잉크를 희석한 물을 부어보면 잉크의 색은 완전히 사라져 보일 것이다. 대량의 물에 잉크를 희석하는데 고농도의 오염수를 그냥 방류하면 일본본토에 피해가 크니까 희석해서 해류에 실어 태평양이라는 큰 수조에 부어내는 것이다. 방류를 시작한 시점에서 오염에 대한 검증을 하는 방법을 보면 정말 이상하다. 물을 떠서 보면 당연히 희석되어 수치가 줄어든 것이 당연하다. 물고기를 잡아 분석하는 것은 코미디다. 먹이사슬관계만 생각해보면 무엇을 검사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물고기는 해양생태계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있지 않다. 오염수 방류에 가장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은 개체수가 가장 많으면서 먹이사슬관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생물들이다. 플랑크톤과 같은 생물들을 채집해서 분석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염수가 물고기에 영향을 끼치려면 아마 몇년의 세월은 필요할 것이다. 먹이사슬관계에 따라 먹이사슬관계의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생물들로부터 점차 농축되어 상위의 생물들에 영향을 끼칠 때는 점차 오염수의 물질이 다시 농축될 것이다. 사람은 물고기보다 훨씬 상위 생물이므로 사람에게는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현재는 피해가 아주 적을 수 있다.

문제는 방류의 지속성이라고 생각한다. 태평양을 거대한 수조라고 생각한다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의 양이 미약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희석되어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먹이사슬관계에 따라 당연히 밥상위에 물고기가 오를 때는 자연이 농축한 오염수를 먹을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것이 안심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당의 국회의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수산시장을 가지마라.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런 퍼포먼스에 국민들이 비웃는다. 심지어 방류하기도 전 수산시장을 가서 물을 떠 먹는 것은 뭔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직접 떠서 먹을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묵언하기를 바란다. 자신이 아니라 미래 세대인 자신들의 자식에게 그 물을 떠 먹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임해라. 20~30년의 방류를 하면 결국 모든 피해는 미래 세대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발언해라. 제발 가볍게 발언하지 마라. 이 오염수 방류는 전례를 많이 찾아보기 어렵고 이렇게 오랫동안 장기적으로 방류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관련 과학자들조차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그들도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해 신중하게 발언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지나친 우려라고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에서 우리 수산물로 식단을 꾸리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하려면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수산물을 먹어야 한다. 시간의 차이일뿐 후쿠시마 앞바다나 우리 앞바다에도 불안감이 높은 수산물이 충분히 잡힐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잉크 한방울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바다는 해류가 움직이고 있고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동하고 있다. 컵 속에 잉크 한 방울, 큰 수조속 잉크 한 방울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을 동일시하면 안된다. 움직이는 해류, 수많은 생물, 먹이 피라미드를 고려한다면 생각할 수 있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 또한 컵 속의 잉크 농도, 큰 수조속 잉크 농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먹이사슬의 피라미드를 통해 얼마든지 농축될 수 있다. 일본이 아무리 희석해서 방류해도 고유의 방사능 오염수의 양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시 되는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후 국내에 영향을 끼치려면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돌아 10년 정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20~30년간 방류한다고 했을 때 10년 후 즈음부터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발상은 수조 속 잉크와 같은 발상이다. 바다는 물만 있는 거대한 수조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반감기를 고려한다고 했을 때 향후 10~15년간 생물에 의해 다시 자연농축된 오염수를 고차 소비자인 인간이 어떤 식으로 섭취하게 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과학적인 면을 제외하고라도 이런 방류가 국제적인 선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IAEA의 생각이 참 안일했다. 세계경제강국이자 과학강국인 일본에 방류를 허락했다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되어 다른 나라에서 같은 사건이 일어날 경우 방류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야당의 주장이 모두 맞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은 있다. 5년짜리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통령이라면 5년 임기라도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런 결정을 다른 나라에서 조사한 결과를 그대로 맹신하여 결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매우 신중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내려야 마땅하다. 현재 대통령과 여당의 결정은 참으로 무지하고 몰지각하며 미래를 포기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했다고 모두 결과가 동일하게 나지 않으며 그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과 시선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같은 과학적 결과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자주 보지 않는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괴담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런 중대사안에 대해서는 대화창구를 활짝 열고 모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만 한다. 또한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안심시키고 설득하는 노력이 없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큰 가치로 여기던 대통령의 공약은 임기 초기에 스스로 져버렸다. 제왕적인 대통령의 권력을 내려놓고 작은 정부와 소통을 가장 큰 가치로 내 걸었던 이 정부는 가장 이기적이고 제왕적인 대통령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정부의 무지함으로 비롯된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이 요즘처럼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

BioQuip 홈페이지 운영종료


BioQuip

https://www.bioquip.com/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사이트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종종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를 살펴보거나 판매하고 있는 물건을 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었다. 참고할만한 책이나 매뉴얼도 판매했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실제 구매를 한 적은 많지 않지만 내 경우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이 많아서 흥미있게 보면서 직접 자작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올해 오랜만에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위와 같은 안내페이지가 메인페이지에 떠 있었다.

BIOQUIP NOW CLOSED

BioQuip Products is completely closed and will not be able to field questions via telephone or email.

If you have any account issues that need resolution, please email bqcustserv@bioquip.com. A response to your request may take some time as this email is not regularly monitored.

Thank you from the BioQuip Staff for your support over the past 75 years.
 

CEO였던 Louise H. Fall 여사가 2022.3월 사망하면서 사업을 접는 듯 하다. 남편에 이어 자식들과 주축이 되어 운영하다가 CEO의 사망후 더이상 사업을 잇지 않고 끝낸 것으로 보인다. 긴 시간 이 분야 많은 이들의 공통분모가 되었던 사이트였는데 이제는 사라진다니 아쉽다. 마지막으로 최종본 카달로그와 홈페이지를 백업했다. 이 카달로그를 보면 여전히 볼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생물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준 사이트이며 많은 영감을 준 멋진 사이트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CEO Louise H. Fall 여사의 명복을 빌어본다.


28년만의 한국곤충명집 출간


한국곤충명집, 1994

한국곤충명집, 2022

2022년 초 한국곤충학회와 한국응용곤충학회에서 28년만에 한국곤충명집을 출판했다. 2년여간의 집필진의 수고를 거쳐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곤충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가격이 문제다. 16만원에 판매된다. 목록집에 컬러도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 가격이 아닌가 싶다. 1994년도 한국곤충명집은 당시의 상황상 매우 유용했으며 가격도 납득할만한 정도였다. 그러나 28년간 업데이트없이 유지되다가 만들어진 곤충목록집이 아무리 시세를 반영한다고 해도 16만원이라니 너무하다.

현재와 같은 시점에 1994년과 같은 방식의 출판물형식으로만의 발행이 맞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곤충목록이 제공되고 있으며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생물종목록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종목록이 이미 있다. 왜 이 시점에 굳이 출판물의 형태의 종목록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국가표준곤충목록이나 국가생물종목록이 신뢰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그리고 2022년 새로운 한국곤충명집은 또 얼마의 기간이 지난 뒤에야 개정판이 나올 것인가?
중간에 개정판 혹은 개정판에 준하는 목록조차도 나온 적이 없다. 그렇다면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는 국가표준곤충목록(http://www.nature.go.kr/kini/index.do)이나 국가생물종목록(https://species.nibr.go.kr/index.do) 사업에 더 힘을 쏟아 지속적인 업데이트 및 관리에 더 힘을 쏟아야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이 목록화 사업들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변경분에 대한 추가목록까지 제공중이다.

물론 국가표준곤충목록이나 국가생물종목록사업이 학계에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종종 받는다. 그러기에 대표적인 곤충관련 학회 2곳에서 신뢰도가 높은 곤충명집을 출간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업데이트 주기를 담보할 수 없고 지속적인 관리 및 유지가 어려운 출간물의 형태보다는 온라인에 더 중점을 두고 정기적으로 출판물의 형태로 정리하여 출간되는 방식을 왜 선택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립수목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의 목록화작업이 비효율적이라면 왜 중단하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왜 여기에 또 하나의 목록화 사업을 진행해 혼란을 더욱 야기시키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현재의 대표적인 목록화 사업이 이원화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혼란은 충분하다.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목록집과 데이터베이스화 그리고 통합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28년만의 한국곤충명집의 출간을 반가워하기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한국의 곡식좀나방과 홈페이지 폐지 결정


한국의 곡식좀나방과(http://www.tineid.wo.to)로 15년간 운영했던 홈페이지 운영을 2019년 12월 23일로 종료했습니다. 정확히는 로컬로만 유지하고 온라인상의 서비스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네요. 앞으로는 개인목적으로만 유지 관리될 계획입니다.

2003년 대학원에 입학한 뒤 전공주제였던 곡식좀나방과(Family Tineidae) 나방 무리에 대한 게시판 메뉴 하나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은 참 미약하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 유지하며 공부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2005년 졸업한 해 바로 학위논문을 정리해 제작하여 정식으로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잘 모르는 분류군이었는데 오래 하다보니 차차 국내에서도 여러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태사진을 올리는 분들이 생기는 것을 보고 참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 운영했지만 많은 분들이 찾는 그런 홈페이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종종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어 도움을 드릴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종종 웹에서 발견하는 생태사진들이 반가워 여러 분들에게 연락하여 사진을 인용하며 동정해드리기도 했었네요.

개인적으로는 학위과정동안 몰랐던 부분을 충실하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연구결과를 이 기간동안 틈틈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웹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직접 만든 게시판을 추가하고 검색기도 만들어보면서 많은 프로그래밍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 국내의 생물 관련 사이트에 대한 문제들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고 공개는 안했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생물관련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종종 홈페이지와 이 블로그에 동시에 글을 올리며 개인적인 생각들을 풀어놓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종료하면서 되돌아보니 2005년 정식으로 서비스를 오픈한 이래 올해가 15년이 되더군요. 시간으로 따지면 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만들어보고 경험할 수 있었기에 재미있었다고 기억이 더 많네요. 홈페이지를 폐쇄하기로 한 이유는 홈페이지의 내용을 모두 삭제하면서 혹시나 모를 방문객들을 위해 몇개의 웹페이지를 만들어 폐쇄이유를 밝혀두었습니다.


[english version]


[korean version]


공지한대로 한국의 곡식좀나방과 홈페이지를 최종 폐쇄하기로 했습니다.(2019.12 현재)

2003년 대학원시절 개인홈페이지의 한 메뉴로 시작했습니다.
작은 나방 그룹이지만 관심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대학원 졸업후 논문을 정리해 2005년부터 홈페이지에 정리해왔습니다.
애착을 가지고 관리해왔으나 이젠 후배 연구자가 충분히 있고 더이상 이 홈페이지를 운영할 이유가 적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출간된 생물종목록집의 종목록과 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이런 제 활동이 도리어 새 연구자들의 연구에 혼란과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차에 과거의 유산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생물학분야에 개인홈페이지 형태로 운영되는 국내의 사이트가 매우 적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쉬움이 조금은 남습니다.
뒤돌아보니 15년의 세월이 지나있네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공부를 했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는 홈페이지는 아니었으나 그동안 방문해주시거나 관심가져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9.12.23 홈페이지 관리자 올림


홈페이지를 정리하면서 돌아보니 사글세만 살았네요.
무료 호스팅서비스와 무료 도메인 서비스만을 전전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2009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료 호스팅서비스(http://www.hosting.digimoon.net)를 제공해주신 디지문 님에게는 꼭 감사의 인사를 남겨야겠네요. 처음 홈페이지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무료 호스팅 서비스가 꽤 많았는데 점점 사라지더니 2009년 즈음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개인호스팅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무료 호스팅은 많았지만 평생 무료라고 광고해도 금방 사라지는 경우가 아주 많았습니다. 디지문님이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운영하시는 서비스가 좋겠다 싶어 선택했는데 덕분에 이 10년간 저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로서 그동안 운영했던 모든 홈페이지를 종료했습니다.

2003~2009 개인홈페이지였던 어울림 홈페이지(http://www.oulimn.wo.to)
2005~2010 대학시절 곤충, 식물 소모임이었던 한터울-솔남 홈페이지(http://www.hanteoul.wo.to)
2005~2019 한국의 곡식좀나방과(http://www.tineid.wo.to)


앞으로는 이 블로그만 운영하면서 종종 글을 올리면서 운영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만났던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논문의 저작권에 대한 생각


논문은 쉽게 말해 연구한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피드백을 얻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싣거나 많은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그 연구자의 이력처럼 되었다.
하지만 이는 연구자를 평가하기 위한 외부 잣대일뿐이지 결국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성과나 결과물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가능한 관련된 많은 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의견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논문을 읽는다는 것은 비슷한 연구를 하거나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이들의 성과물을 보고 직접적으로 지식을 얻거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읽는다. 학회를 거쳐 논문의 수준을 유지하고 출판되면 잡지의 형태로 배포되거나 전자문서의 형태로 배포된다. 내 경우 학술지를 통해 쓴 논문은 단 2편에 불과하며 오랫동안 학술지에 논문을 내지 않았다.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흔히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만큼 건너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도는 것처럼 생각보다 국내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라는 것이 좀 좁다. 대학원때 많이 느꼈지만 연구실마다 고유한 전통이라는 것이 있는데 좋은 점도 있지만 폐습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금은 다른 이의 논문을 참고하여 공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랫동안 논문을 참고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몇가지 있어 부족하지만 몇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첫번째는 저자의 표시에 관한 것이다.
저자가 1명의 개인인 경우에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저자가 2명 이상인 경우는 달라진다. 해당 논문의 기여도에 따라 저자를 나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당연한 것이며 상식적인 것이다. 내가 가장 이해가 안된 개념이 교신저자라는 것인데 대표저자와 비슷한 의미이면서도 모호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이상한 저자개념이다. 교신저자라는 개념이 끼어들면 저자목록의 맨 마지막에 교신저자의 이름이 올라도 결국은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것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개다가 교신저자의 이메일만이 남아 모든 피드백은 교신저자만 받는다. 이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이상한 풍토이다. 교신저자라는 개념이 어떤 편의성이 있어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대단히 비상식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이상한 풍토가 있다. 한편의 논문에 저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이다. 동급의 공동저자이든 기여도가 있어 이름이 올랐든 결국은 공저자이다. 가장 기여도가 높은 사람의 입장에서 기여도가 미미한 사람을 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많은 경우 감사의 글에 깊은 감사표현을 해도 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공저자로 기재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대충 헤아려봐도 저자가 많은 경우 기여도에 따라 제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자목록에 추가하는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음은 안다. 연구자에게 논문은 하나의 이력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작게라도 이름을 기재해주는 풍토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연구자에게도 결코 좋은 체험이 아닐 것이다. 진정 기여도가 있는 이들만을 저자로 적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논문저자의 이메일에 관한 것이다.
학회에 무관하게 국내의 학술지의 경우 저자 개개인의 이메일이 논문에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다. 물론 저자 모두의 이메일을 다 기재한 곳도 있으나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표현상의 차이는 있으나 보통 대표저자 혹은 교신저자라는 표현으로 한 명의 이메일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저자가 모든 논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적절한 답변을 하거나 알아서 세부저자 및 관련자로부터 답변을 받아 중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 참고하는 논문의 대부분은 전자문서의 형태인 경우가 많다. PDF인 경우가 많고 종종 웹문서 형태로 가공되어 열람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 각각의 이메일을 기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논문에는 저자가 여러 명이 경우 공저자임에도 각자가 주로 담당하는 부분이 있다. 논문의 내용은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자신이 담당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저자에 비해서 얼마든지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내 경우 참고한 논문을 읽고 애매하거나 궁금한 점이 생겨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들의 다른 논문들의 제목을 보고 해당 저자들의 연구분야를 파악하고 가능하면 원하는 답을 해줄 저자를 선택해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파악이 잘 안되면 저자 모두에게 보내어 각자에게 답을 얻는다. 그렇게 더 풍부한 피트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교신저자가 모든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 방식은 상당히 고루하고 비효율적이다.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은 지금이라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락처는 철저히 참여한 저자들의 피드백을 위해서 학회차원에서 최고의 배려가 되도록 학회지의 포맷을 변경해야 마땅하다.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로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루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학회지들의 형태가 아직도 오래된 포맷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논문을 쓰는 것이 저술활동을 공식화하여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여 이력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받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논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연구보고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개된 연구보고서라면 읽는 사람이 얼마든지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국내에서 좋은 논문을 읽고 저자에게 연락을 하려고 해도 메일주소를 몰라 연락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곤충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내 경우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분야의 학회지들을 읽으며 공부한다. 과거에 비하면 최근의 논문수준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논문을 쓴 저자들이 받고 싶은 피드백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에 쓰는 글이다. 쓴 사람이나 읽는 사람에게 연락처는 꼭 필요하다. 이메일이라는 좋은 수단이 엄연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판물의 형태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논문을 쓰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인 알림 이외에 피드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또한 제1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미미한 기여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가능한 많이 기재되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연구성과 위주의 이력이 연구자들의 자유롭고 알차야 할 학술활동에 저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부담을 줄여주고 지원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회의 부흥만이 아니라 학회를 믿고 논문을 내어주는 이들이 더욱더 빛날 수 있고 그들이 풍성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데 최선 보다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논문의 소유권에 대한 것이다.
학회를 통해 학회지에 논문을 실으면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응용곤충학회에는 논문의 저작권에 대한 언급이 있다. 여기에 논문을 낸 나조차도 몇년후에나 본 내용이다.

저작권 양도
논문게재 승인과 더불어 저자는 저작권을 학회에 양도해야 한다. 저작재산권 양도 확인서는 'http://www.entomology2.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 양도 확인서에 서명함으로써 학회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저작권은 학회에 귀속된다.


많은 연구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싶다. 여러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그러하겠지만 서면으로 이렇게 '저작재산권 양도확인서'를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엄연히 논문에도 저작자가 명확한 문서에 저작권을 학회에서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강제적으로 저작권을 가져가는 형상이다. 내 경우 수익을 위해 논문을 쓴 것도 아니어서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저자인 내가 전공 홈페이지에 전자문서로 학술지에 낸 논문을 업로드하여 공유한다면 그것도 저작권을 넘어선 행동이라고 봐야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논문을 참고하는 이들이라면 학회 홈페이지 이외에도 국내 학술지라면 DBpia나 이외 여러 사이트를 통해 논문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팔아도 된다고 실제 저자들이 허락했을까? 많은 경우 나처럼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지식을 공유하고 이력을 위해서 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수입원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는 관심이 없다. 2편밖에 없는 학술지 논문을 저자인 나조차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내 경우는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 해외에서 앞으로 n년 이내에 학술지 논문을 모두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점점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듯 하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지만 이면은 쓸쓸하다. 유료로 파는 것은 다시 무료로 열람가능하게 해주겠다는 것의 전제에는 진짜 저자들이 모르는 논문의 사고 파는 행위가 있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이 글은 오랫동안 쓰고 지우다 한번쯤은 언급하고 싶어 올리는 글이다. 저자들의 저작권이 지켜지고 최소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저자들이 연구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의성 혹은 기존의 포맷때문에 유지되고 있던 관성에서 벗어나 학회의 존재이유와 논문의 가치를 빛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재고되어야 한다. 관례가 아닌 상식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상식이 지켜지는 건전한 연구문화가 뿌리내렸으면 싶다.

북한산 둘레길 산보


2017.4.16
인근 북한산으로 봄 첫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자주 다니던 길이었지만 이사후 처음 익숙한 길을 거닐어보았습니다.
서울의 재개발이 어제오늘일이 아니었지만 어릴 적 뛰어놀던 동네를 하나둘 다 갈아엎더니 이제는 오랫동안 터전으로 살던 곳도 재개발이 되어 이웃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40년을 한동네에만 살다보니 몇년 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예전 동네를 생각하면 고향을 잃은 느낌이 듭니다. 차차 새로운 동네에 적응중입니다.

익숙한 둘레길을 걷다보니 여기저기 작년에 피던 자리에 익숙한 녀석들이 올해도 꽃을 피우고 있네요.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봅니다.

각시붓꽃

각시붓꽃

 
고깔제비꽃

광대나물, 별꽃

남산제비꽃

복사나무

 
봄맞이꽃

 이스라지

 이스라지

줄딸기

 줄딸기

 자주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군락

 현호색

현호색

멧팔랑나비(암컷)


봄날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기분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온라인 생물용어집에 대한 생각


용어집의 온라인화, 용어의 표준화와 다양화에 대해 그동안의 생각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생물관련 용어집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해왔다.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용어는 나비목 및 분류학에 관련되어 한정된 용어들만 일부 공개중이다. 국내에서 과학분야 전반적으로 용어가 온라인상에 얼마나 공개되어있는지를 찾아보면 학회차원에서 제공하는 경우, 기관에서 제공하는 경우, 개인이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물리나 화학, 수학, 의학 부분의 경우만 보면 학회차원에서 용어집을 웹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학회차원에서 용어집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 생물분야는 식물, 균류와 같은 분야는 용어집이 잘 공개되어 있는 편이나 이외의 분야는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 생물학분야 통합 용어집으로는 한국생물과학협회의 생물학용어집 3집, 2015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나 생물학분야 전반적으로 표준화된 용어를 다루고 있는 건 이 문헌이다. 홈페이지에서 일부 공개하고는 있는데 전체 데이터가 아니라 연도별 추가분에 한해서만 한글(HWP) 혹은 엑셀파일로 제공하고 있다. 생물학분야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생물분야도 차차 온라인 용어집을 구축해서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책의 형태가 아닌 온라인 검색기를 통해 용어를 검색하는 것은 큰 장점이 있다.

1. 검색시간 절약
- 빠른 검색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검색어의 일부만 검색해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작부분이 아니라 기억나는 중간부분만 입력해도 해당용어의 검색이 가능하다.

2. 한번의 검색으로 다양한 검색결과를 한번에 얻을 수 있다.
- 용어집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유의어, 반의어, 동의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3. 공간제약이 없다
- 온라인에 접속만 가능하면 용어집을 휴대할 필요없이 활용이 가능하다.

4. 표준화된 용어를 이용
-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표준화된 결과를 업데이트해서 반영해준다면 이용자들은 표준화된 용어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5. 그림과의 연계
- 용어를 이해하는데 테크니컬일러스트(선화, 사진 등)이 큰 도움이 되는데 온라인방식이라면 효과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다.

6. 유지관리의 용이함

- 오류, 오타의 수정 및 새로운 용어의 추가, 삭제가 쉽다.
- 출판의 형태로만 업데이트되는 형태는 업데이트 주기가 매우 길다.

보통 용어집을 출간하게 되면 온라인으로 용어집 검색을 제공하는 것이 용어집 판매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공개를 안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웹자원이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이므로 출판된 용어집이 있다면 구매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공개여부를 떠나 누구나 책을 구매하지는 못한다. 목적이 용어집의 판매뿐 아니라 표준화된 용어의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라면 웹을 통한 자유로운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용어집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서 웹자원에서 좋은 용어집을 추출하여 통합검색이 가능하도록 제공하고 있는데 중복된 용어가 있어도 그대로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오래되어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가 있을지라도 추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용어의 표준화만 강조하면 용어의 다양화를 놓칠 수 있다. 다양하게 수집된 용어를 최대한 많이 표제어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심지어 틀린 용어라도 표제어로 다루고 표준화된 표현을 권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또한 같은 용어라도 다양하게 서술된 표현을 같이 다루면 용어에 대한 이해는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표준화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속에서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의 표준화는 앞으로 저술 등에 사용할 경우 표준화된 용어를 활용하도록 권장하기 위함이다. 어려운 용어는 쉬운 표현으로 바꾸고 애매했던 용어는 분명하게 한다. 또한 잘못된 용어는 빼고 비슷한 용어는 표준화된 용어로 통합한다. 이런 작업이 표준화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측에서는 입장이 달라진다. 오래된 문헌을 볼지 최신문헌을 볼지 모르는 것이다. 사용자입장에서는 표준화된 용어뿐만 아니라 잘못된 용어나 삭제해야 할 용어 등도 표제어로 삼아 올바른 표현이 무엇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사용자는 표제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했던 곤충용어집(1994)을 예로 들면 이용하는데 난감한 부분이 아주 많았다. 가장 난감했던 건 한자어였다. 한자까지 포함되었다면 좀더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텐데 음만 한글표기해두어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외국어를 발음나는대로 읽기만 한 것도 많다. 아무리 한영, 영한 대조의 형식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의미를 해석할 수 있을 정도의 배려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우리는 아시아 한자권 나라이기에 한자로 된 생물용어가 많다. 그러나 한자표기만으로도 대략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용어집의 표제어에는 아직도 한자가 빠진 채 수록된 것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의 곤충용어집이 있음에도 The Torre-Bueno Glossary of Entomology와 같은 해외의 곤충용어집을 더 많이 참고하게 된다. 국내의 용어집은 단순히 용어의 한영대조 형식의 단어장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 용어집 이외에도 해외의 많은 glossary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에는 간단하지만 concise 영어사전 정도의 간단한 해설이 첨부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오랜 분류학의 역사를 가진 나라와 같은 레벨에서 비교한다는 것이 맞지는 않다고 생각되지만 목표치를 이런 용어집의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도 이러한데 번역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난해한 용어집은 훨씬 더 외계어처럼 보일 것이다.

2013년 곤충학용어집이 새롭게 출간되었는데 여러면에서 나아진 면이 있다. 유의어, 반의어를 포함해 용어를 이해하는데 좀 더 신경쓴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한자어는 한자병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면상의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곤충용어집은 뒤편에 도해용어집을 포함하고 있는데 짧은 용어설명만으로 제약적인 용어집의 한계를 약간은 극복했다.

용어집은 참 어중간한 사전이다. 전문가에게도 비전문가에게도 어정쩡하다. 단어장형태의 용어집형태로는 특정 용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국내의 용어집들의 한계이다. 긴 설명이 필요한 설명이 아니라 짧은 형태의 최소한의 설명이 담긴 그런 용어집이 필요하다. 현재 생물과학협회의 생물학용어집과 같은 형태의 용어집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만들어질 용어집의 형태는 최소한 용어의 의미파악을 하는데 있어 좀더 분명한 형태로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용어집은 출판되면 특성상 같은 내용을 검색을 위해 한-영/영-한으로 나누어 출력해야하기 때문에 부피가 2배가 된다. 많은 용어를 다루면서도 지면상 서술의 제약을 받는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사전(dictionary)와 용어집(glossary)와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생물용어집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곤충용어집을 이용하며 수없이 한숨 쉬고 답답함을 금치 못했던 지난 날을 기억하며 앞으로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