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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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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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


추석연휴가 시작되던 21일 화요일 중부지방에 100여년만에 최고 강수량을 보였다고 한다. 그때 나 역시 인천의 할머니댁을 전철로 가고 있었다. 이미 집에서 나와 얼마 안되어 홀딱 젖어버린 상태로 전철로 이동하고 있다가 종로3가에서 인천행 전철은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방송이 들렸다. 구로까지만 운행된다고 하니 구로에서 버스 등으로 이동할 생각을 했지만 정작 구로역에서는 인천행 버스가 거의 없고 88번 버스 하나가 있었는데 영등포와 몇군데 이외에는 서지 않아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그 와중에 자가용 운전하시던 분이 얼마전부터 다시 전차 운행이 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다시 구로역으로 돌아와 무사히 할머니댁에 갈 수 있었다. 구로역에서만 1시간 여를 돌아다닌 듯 하다. 보통은 1시간 4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그날 무려 4시간이 넘어서 도착했다. 아버지는 가게에서 나보다 약간 먼저 출발하셨는데 좀 더 고생을 하신 모양이었다.

여름철 장마, 태풍, 가을장마 등으로 수해가 났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언제나 군대에서의 수해복구 작업이 생각난다. 군에서 힘든 일병시절 어머니의 면회로 첫 외박을 하던 날 부대근처에서 숙박을 하며 하루 쉬는데 그날 금촌역이 물에 잠겼었다. 그래서 부대에서는 외박 및 휴가복귀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물난리로 복귀가 어려웠는데 난 그때 운좋게 무사히 복귀했었다.

내가 2000년 상병이었을 때만 해도 금촌역주변과 인근은 자주 둑이 무너져 물이 넘치는 바람에 수해를 매년 겪는 곳이었는데 당시 크게 수해가 났었다. 인근의 3개 사단에서 총출동해서 수해복구를 했을 정도였다. 나도 그때 3~4일간에 걸쳐 수해복구 작업을 나갔었다. 처음 보는 수해장면.. 뉴스에서만 보던 수해지역은 화면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물만 퍼내고 가제도구를 정리할 뿐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군장비가 아니었다면 복구하는데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장병들도 복구작업 도중 파상풍 등으로 다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 장병이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고 주민들에게 피해없도록 부대에서 음식을 실고와 밥을 먹고 다시 작업을 했었다. 쓸수 있는 것들을 빼내기, 물퍼내기, 쓰레기치우기 종일 힘쓰는 일만 했지만 매일 아무리 일을 해도 진도가 안나간다는 기분이 든 건 그만큼 피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3개 사단이 한번에 동원된 것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했다.

한번은 이동중 시장골목을 지나갔는데 진흙과 쓰레기, 오물이 뒤섞인 물이 쓸고 간 시장은 이미 쓸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지 않았다. 지대가 낮은 곳은 꽤나 높이 자란 나무의 절반이상이 물에 잠겼었는지 진흙 투성이가 되어 있었으니 인근의 주택은 완전히 잠겼었던 것이다. 이전에는 수해가 나면 뉴스에서나 소식을 듣고 잠깐 관심을 가지는 사건이었지만 직접 현장에서 보고 복구작업의 일원이 되어보니 느끼는 것이 많았다. 도심 속에 살면 군인들 무슨 일들을 하는지 잘 모르게 되는 것 같다. 요즘 군대는 물론 국방의 의무로 나라를 지키고 전쟁시 사람의 목숨을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게 되지만 평상시 인근 주민을 돕고 피해가 생겼을 때 가장 신속히 도움의 손길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내 군생활도 떠 올려보면 총을 잡았던 시간보다 삽을 들고 작업한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군생활도 하기 나름이지만 고생하는 장병들을 뉴스화면등을 통해 볼 때면 늘 내 군생활을 떠 올리며 수고한다는 위안의 말을 건내보곤 한다. 올해도 태풍 곤파스와 며칠전 국지성집중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곳에 많은 군인들과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이 큰 도움을 주었을 거다. 힘내시라는 격려의 글만 적는 게 부끄럽다. 당신들이 있어 피해입은 분들이 큰 힘을 얻고 있음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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