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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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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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과 자연형하천


청계천사업이 한창일 때 난 대학원생으로 주로 수서생물을 이용한 도심하천의 수질 및 환경 모니터링 보고서를 주로 작성했었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곳에서 진행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종종 가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은 대단한 이슈였고 각종 매체에서도 물관련 다큐와 하천관련 다큐가 많이 했다. 그 중에서도 SBS 물은 살아있다는 단편이 아닌 지속적인 정규프로로 본격적으로 물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 당시 청계천의 상수원에 대한 다큐가 자주 했었다. 끊긴 청계천에 충분한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상수원의 물을 어떻게 해야하나는 가장 큰 이슈중에 하나였다. 청계천 주변에는 인왕산, 북악산이 자리잡고 있으니 여기서 흐르는 물과 지하수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수량이 부족할지도 모르나 지하수로 보강한다면 그나마 자연형하천에 그리 어긋나지 않은 하천의 복원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최종결정된 것은 상류의 물을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의 지하수와 한강으로부터 2~3급수에 해당하는 물을 역류해 흘려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량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량유지장치를 설치했다. 그래서 장미든 가뭄이든 청계천의 물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가끔 청계천을 가서 산책로를 걸어보면 좋은 산책로이긴 하지만 생물들에게도 그럴까 생각해보곤 한다. 물가의 수초사이가 아니면 수서곤충이 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청계천은 하천의 연속성이 적용되지 않아 상류로부터 유기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기물을 필요로 하는 수서곤충들에게는 먹이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다. 또 전체적으로 너무 깊다. 수서곤충은 깊은 물속보다는 얕은 물가의 모래속이나 돌밑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계천은 하류를 제외하고는 그런 곳이 부족하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곳이 상류로부터 수원을 공급받는 진정한 자연형하천이었다면 아마도 청계천주변에서 수서곤충의 우화모습이나 하루살이류의 군무도 시민들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청계천에서 관찰되는 곤충은 주로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정착한 생물도 있어 서식지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겠지만 물속 사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최근 청계천에서는 있을수도 없는 어종을 가져다 놓고 청계천의 수질이 좋아좋다는 둥, 물고기가 돌아왔다는 둥 말했다가 큰 곤역을 겪은 것은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량도 유지하고 물도 2~3급수를 유지하는데 무슨 수질향상이고 회유란 말인지. 청계천의 하천바닥을 보면 알 수 있다. 바위나 돌, 자갈을 발견하기 어렵다. 수서곤충이 부족하니 상위포식자인 물고기도 먹이원이 부족할수밖에 없다. 유기물은 수생식물에서 어느정도 보강이 되겠지만 상류에서 유입이 안되니 이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청계천은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는다. 이명박대통령을 가장 크게 알린 것도 바로 이 청계천 사업이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이어진 그의 하천에 대한 생각은 크게 어긋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계천에서 보여주는 생각을 보면 경제적 효과, 문화적인 효과만 있을 뿐 생태적인 면은 거의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전부터 RSS로 하천관련 뉴스를 받아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하천이 자연형하천으로 공사를 하고 있고 성공했다는 뉴스가 많았다. 그런데 그중 상당부분이 청계천을 모델로 삼고 있는 곳이 많았다. 청계천 사업당시 우려했던 문제였는데 상징적인 의미가 많았고 이슈를 받았던 사업이니만큼 상수원에 대한 문제는 신중히 그리고 제대로 처리했어야 했다. 대학원을 다닐때 이런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하천관련 연구를 하면 아마도 일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다 뜯고 다시 하면 그만이니 일거리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하천은 끊임없이 인간에게 간섭을 받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런 과정속에 엄청난 예산이 소모되고 있다.

내가 사는 곳에는 서울에서는 제법 큰 하천인 홍제천이 흐른다. 예전에는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물이 흘렀다. 아버지가 어릴 적에는 깨끗한 물이 흘렀다지만 70~80년대를 거치면서 오염되었다.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의 콘크리트관을 지하에 묻는 공사를 하면서 하천은 완전히 갈아엎어졌고 그 뒤 홍제천은 건천이 되었다. 그만큼 상류로부터 흘러오는 물이 줄어든 이유도 있겠지만 하수공사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상류수물도 하수관으로 흐르게 된 듯 하다. 몇해전 홍제천은 건천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자연형하천이란 타이틀을 걸고 말이다. 그러나 청계천과 달리 하천의 형태가 남아있고 상류로부터 물을 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초점은 하천주변의 자전거 산책로, 운동시설확충, 수변의 야생화공원조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정작 하천 본연의 기능에는 뒷전인 공사가 되었다. 홍제천과 같은 하천을 청계천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지하수와 한강물을 끌어와 흘리는 것이 하천이라는 청계천식 발상이 정말 여러 하천을 망치고 예산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났었다.


서울홍제초등학교 근처 정비된 홍제천


홍제천을 따라 서울홍제초등학교 근처, 홍제천부근 공사현장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꽤 오래걸으면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나온다. 여기서 한강과 합류된다. 중간에 다른 하천과 만나 합류되지만 거의 끝부분에서 합류된다. 홍제천은 오랫동안 상류수와 생활하수가 함께 흘러 하천바닥에 썩은 토양과 오니가 많다. 그래서 가뭄이 들어 건천화되거나 물이 적어지면 지독한 냄새가 난다. 그런 문제 때문인지 홍제천의 일부 구간은 하천바닥이 콘크리트로 매몰시킨 곳이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보면서 하천 복원은 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멀리서 찾아볼 것도 없이 나를 제외한 우리 식구들도 홍제천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입을 모은다. 가끔 내 생각을 조금 표현해보지만 결국은 사람입장에서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니 할말을 잃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문제는 여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의 올바른 생각이 중요하고 연구자들이 연구 못지 않게 제대로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향제시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단은 보여주어야 한다. 제대로된 하천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말이다. 특히나 지난 세월 오랫동안 수난을 겪었던 도심하천의 사례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더이상 청계천식의 무모한 하천을 자연형하천이란 말로 포장되는 하천공사는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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