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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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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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터울에 대한 추억









한터울은 대학 재학시 학과의 곤충 소모임이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한 건 88년인가 89년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97년이었다. 술을 못마시는 내게는 뒷풀이를 강조하는 포스터가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다가 2학년이 되어서는 동기가 회장이 되어 함께 다니며 나비와 식물을 익혔다. 솔남이라는 식물소모임도 있었는데 기회가 되면 솔남도 따라다녔다.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기 때문에 잠시 소모임활동도 접어야 했지만 군에서 워낙에 야외에 나가는 훈련이 많았기 때문에 도감을 찾지 못해도 자주 자연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종종 모르는 꽃이라도 발견하면 몰래 수첩사이에 끼워두었다가 휴가를 나오면 서점에서 도감을 뒤져보기도 했으니 나름 계속 소모임 활동을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소모임활동이 인터넷상에서 시작된 것은 98년 후배에 의해 처음 홈페이지가 만들어져서 운영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보지 못하고 제대후 01학번 후배에게 권유하여 다음카페에 처음으로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전에는 학교 카페에 게시판 하나만으로 운영되다가 독립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카페(한터울&솔남)가 있는데 운영은 되지 않고 있다.

제대후 복학하니 학과는 학부제로 통합되어버린데다가 여전히 소모임은 소수정예로만 활동하고 있었다. 처음엔 학교 적응도 잘 안되어 주말이면 언제나 산으로 혼자 다니다가 차츰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나비와 야생화를 만나러 함께 다니고 종종 길을 헤메고 도시락을 함께 먹다보니 자연스레 후배들과도 친해지고 학교생활도 적응해 나갔던 것 같다.

98년 8월 교학사의 나비도감을 구입하고부터는 채집을 다닐 땐 야생화도감과 함께 항상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익혔는데 왜 무거운 도감을 두권씩이나 가지고 다니냐고 종종 질문을 받기도 했었다. 대학 땐 사물함이 있었으면서도 항상 전공도서를 모두 가방에 싸들고 다녀 당시 동기들은 매일 MT가냐며 놀리기도 했다. 동기들과 다닐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서관을 오고갔지만 혼자 다닐때는 9층에 있던 열람실과 도서관을 항상 계단을 이용해 다녔다. 그러다 한번은 후배가 산에만 가면 혼자 이곳저곳 부지런히 다닌다며 산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어 처음 이메일을 만들때 적절한 아이디가 생각이 안나 후배가 붙여준 별명으로 아이디를 만들기도 했다. 채집을 나가면 특별히 제약을 두는 것이 없었다. 자유롭게 관찰하고 채집한 뒤 점심시간이 되면 모여서 도시락을 먹고 계곡에서 발담그고 쉬면서 이야기하다가 산을 내려오기 전에 모두 모여 채집한 것들을 모은 다음 선배들이 나비며 야생화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질문에 대답도 해주었다. 가끔 뒷풀이도 했지만 내가 데리고 다닐 때는 술을 못하는지라 술자리가 거의 없었다.

졸업후 대학원에 진학하고도 시간이 허락하면 후배들과 따로 채집을 다녔는데 그때도 늘 10명도 채 되지 않는 말그대로 소모임이었다. 실제 채집을 가는 회원은 얼마 없었지만 학술제만큼은 여러명이 도와주어서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실제 학술제를 준비했던 건 2번이다. 98년, 제대한 2001년 나머지는 후배들이 준비하는 것을 지원해주었다. 제대후부터 대학원 졸업때까지 01학번 한터울 후배들과는 소중한 기억들이 많다. 함께 다니면서 내가 배우고 느낀 것들이 더 많았다. 혼자 다녔으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교를 떠나면서 2005년 초에 직접 한터울 홈페이지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홈페이지 관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소모임과의 인연은 계속되어 몇몇 후배들의 이름정도는 홈페이지를 통해 알기도 했다. 그러던 것을 2010년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영을 중단하면서 아쉬움도 많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98년부터 참 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물에 대한 공부가 책이나 수업보다 야외에서 만난 수많은 생명들과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되고 이어져왔고 그 중심에 한터울이 있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처음 함께한 동기들과는 나의 군복무라는 공백기로 인해 소모임 활동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동기들과 함께한 98년 한 해의 식물과 곤충과의 만남은 내게 가장 큰 추억으로 남아있다. 처음 동기들과 채집을 나가서도 난 박쥐같은 회원이었는데 정식회원되기를 거절하고 명예회원으로 해달라고 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도 채집때면 거의 빠짐없이 함께 했었다.

한터울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10여년간 지켜봐온 소모임이지만 한편으로는 한해에 한 두명 가입할까 말까하는 회원수에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근히 이어져나가고 있음이 항상 고마웠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어져 나갈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네들 스스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진들은 홈페이지를 개편할때마다 스크린샷으로 기록한 한터울홈페이지의 기록이다. 함께 했던 사람들은 지금은 다 뭘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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