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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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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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와 아카시아




아~ 가시~
줄기를 만지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고 마는 녀석입니다.
아까시나무로도 쉽게 기억이 되지만 녀석은 역시 아카시아로 발음되는 것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어릴 적 보았던 아카시아껌 광고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

아카시아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 녀석의 꽃을 산에서 드러누워 따먹다가 집에 식구들에게 따준다며 비닐봉지에
한가득 꽃을 따서 가져온 기억이 납니다.
여름이면 온 산을 뒤덮었던 아카시아

그리고 그 속에는 항상 저와 형, 그리고 동네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느날 아침 집문을 열었을 때 문득 바람에 실려오는 향기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이제 여름이 오는구나...
내가 여름을 느끼는 방식이다.

가끔씩 어린 조카를 데리고 산을 오르는데 몸에 베었는지 조카에게도 조금씩 꽃이 핀 야생화를 가르쳐준다.
녀석이 관심있어 하는 것들만...
작년에 가르쳐 준 꽃마리와 애기똥풀 같은 것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내심 뿌듯하다.
하지만 지난 주말 녀석과 오르면서 조카의 관심은 온통 아까시나무였다.
꽃 자체도 이쁘지만 한 송이를 따서 삼촌은 어릴 때 아카시아꽃을 따서 뒷꽁무니를 떼어내고
꿀을 빨아먹었다고 가르쳐주니 내내 따라한다.
집에 가서 엄마준다며 여러 송이 챙기기까지 한다.

어릴적 조카가 학원에 시달리고 있을 나이에 친구들과 산을 마음대로 오가며 이맘땐 지금보다도
더 아카시아로 가득한 산에 누워 아카시아를 종일 따먹기도 했었는데 종종 요즘엔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워 아쉽다.

산능선을 지나다가 나들이 나온 가족들을 만났는데 아카시아를 따먹는 조카를 보고
함께 온 아이들에게
"저것봐~ 저 형아도 아카시아꽃 따 먹잖아. 엄마, 아빠도 어릴 때 먹었다니까?"
한다.

요즘엔 공기가 안 좋아져서 따먹으면 안된다고 어른들이 자주 그래서 경험조카 하기 어려운 실정인가보다.
역시나 집에오니 어머니도 손주가 들고 있는 걸 보시고는 요즘엔 먹으면 안된다며 역성부터 내신다. ^^;;
그래도 난 조카와 나들이 갈 때면 피어있는 진달래나 아카시아도 따먹고 위험한 건 알려주고
산을 안전하게 오르는 법을 배우게 해주고 싶다.

산을 올라도 깨끗하지 못한 자연은 올바로 생명을 이해시키기보다 눈으로만 보고 만지거나 먹어서는 안되는 지저분한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엔 지금보다 아카시아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늦봄 아카시아가 필 때 즈음이면 산 이곳저곳에 벌통이 놓여지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몇군데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아카시아가 번식력이 너무 왕성해 주변나무의 성장을 막고 재목의 활용도가 적다는 이유로 대량으로 베어지고 다른 여러 나무들이 심어졌다. 그래서 오래전 여름의 시작무렵 진하게 산바람을 타고 내려오던 아카시아의 향기는 간간히만 전해질 뿐이다. 내가 어릴 땐 이맘때면 산에 굳이 안가도 온동네에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했었는데 너무 다양화만 외치다보니 그러기위해 희생되어지는 부분도 많아지기 마련인가보다.

아까시나무는 아직도 산에 많은 수종이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가장 많이 한 작업중 하나가 벌목이었는데 부대주변의 진지공사는 물론이고 작업이 엄청 많았다. 아까시나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벌목을 하다보면 가장 성가신 나무가 바로 이 녀석이다. 문제는 가시.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가시에 찔리면 아프니까 '아~ 까시'라는 의미의 아까시나무가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본 건가 싶다. 생물학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종 내게 질문을 하곤 했던 고참에게 이 나무의 유래를 장난삼아 위처럼 이야기했다가 몰매맞을 뻔 했던 기억도 난다. 장난이었는데. ^^

가시를 비롯해 아까시나무에 대해 안좋은 시선들이 많은 것 같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도 안좋은 기사를 많이 내보냈던 기억이 많이 난다.
최근에서야 사라지고 있는 아까시나무가 밀원식물로 매우 유용한 식물이고 목재도 그동안 활용도를 못찾아서 그렇지
용도에 맞게 쓰면 좋은 목재에 속한다고 한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로 주변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지는 몰라도 척박한 땅에서는 초기에 정착시켜서 땅을 비옥하게 해주는데에 그만인 식물이다. 번식력이 좋고 공해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벌거숭이산에 아까시나무를 심었던 이유는 바로 산을 비옥하게 하고 더불어 밀원식물로서 그만이었기 때문에 심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공로는 뒷전으로 현재의 모습만 보는 것은 좀 안타깝다.

아무래도 이름때문이라면 좀더 친숙한 이름으로 아가씨나무라는 개칭은 어떨까?
순백색의 하얀 꽃송이에도 잘 어울리는 이름일 것 같은데...
그러면 아까시나무의 이미지도 좀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도시에서도 마음껏 아카시아꽃을 먹을 수 있는 때가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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