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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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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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에 대한 작은 생각


4년제 대학에 들어가 학업을 마치고 대학원을 선택한 난 석사를 마치면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석사를 마친 뒤에도 뚜렷히 보이는 것은 별로 없었다. 생물학 석사이수를 위해 논문을 마무리 지으며 생각한 것이 있는데 석사기간은 학사학위보다 더 깊이있게 공부하고 이제야 비로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설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기간이 아닌가 싶었다. 석사학위를 밟으며 내 학위논문의 주제는 교수님에게서 받았다. 물론 하다보니 나 역시 관심있는 분야가 되어 2년간 열심히 채집하고 자료를 찾았던 것 같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도 서툴고 배울 것이 아주 많다는 것을 경험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를 많이 경험한 기간이었다. 딱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많이 배웠다기 보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배우고 익히고 선배들과 함께 공부한 기간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학부생들의 조교로 실험수업에 들어가 직접 내가 이해한 것들을 가르켜보면서 도리어 내가 부족한 것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학위를 마치고 생물자원관 추진기획단에서 1년간 일하면서 서무업무와 육상/수서곤충 및 양서파충류에 대한 자문위원을 맡았고 후에는 전시관에 전시할 패널담당을 맡으면서 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 그때마다 새롭게 무엇을 배웠다기보다는 능력의 한계를 깨달았다. 그것이 오히려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당시에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학회를 찾아다니며 대학원생이 아닌 회사원으로서 학회를 바라보면서 학회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려운 용어와 설명으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에야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도움이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학회도 점점 멀리하게 된 것 같다.

그 후로 새롭게 공부한 것이 데이터베이스였다. 데이터베이스를 공부하면서 근 2년간 많은 웹사이트와 기존에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들을 많이 벤치마킹했다. 왜 많은 생물데이터베이스가 관리자 중심의 데이터베이스일까? 사용자 참여형 데이터베이스라고 표면상 이름이 붙은 것들도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 이 분야를 공부한 것은 내가 공부한 분류학이라는 학문이 자세히 들여다볼 것도 없이 소모적인 작업이 많다는데 있었다. 채집하고 표본제작하고 라벨을 제작해 라벨링한다. 제작된 표본은 비슷한 것끼리모아 도감을 통해 이름을 찾고 분류체계에 맞추어 정리한다. 도감을 제작하거나 분포도를 만들 때는 일일이 라벨정보를 손으로 옮겨 표본정보를 정리한 뒤 다시 워드작업을 통해 컴퓨터 상에서 작업해 지역별, 종별로 구분해 정리한다. 어떤 과정이 소모적이냐고 묻는다면 한번이라도 이 작업을 직접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분류학의 특성상 데이터베이스적인 요소를 거의 모든 부분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한 부분이 바로 라벨이다. 라벨은 가장 작은 공간의 종이에 핵심적인 요소만 정리해서 기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간적 제약은 실제 야외에 나가서 경험한 것들의 일부밖에는 표현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라벨의 내용만으로 표본을 짐작할 수 밖에 없다. 위치정보도 대략적으로밖에 기록할 수 없으며 채집자의 경우도 혼자가 아닌 경우 이니셜로 표현되는 경우라면 성씨정도만 기록되어 도대체 누가 채집해서 기록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또한 분포도를 제작하거나 도감을 제작할 경우에도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는 이것을 해결할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것을 직장에서 나오게 되면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누구에게 배운 것도 없이 독학으로 그간의 내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찾았다. 이제야 라벨의 작성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생물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처음으로 부족한 것에 대한 절실함으로 공부를 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이 공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외국의 대학중에는 생물학과에 들어오면 학부초기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수업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세계를 내다본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무리수가 따르겠지만 앞으로는 연구자인 동시에 개발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좀더 깊이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 내가 'A4의 한계'라 부르는 지면상의 한계가 있다. 데이터베이스의 테이블을 설계하면서 가장 자주 느꼈던 것이 노트의 A4크기로는 한눈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적기엔 턱없이 부족할 때가 굉장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이트보드며 칠판이며 사방에 걸어놓고 아이디어를 최대한 한눈에 크게 보려고 시도도 했었다. 데이터베이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본 세계를 커다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 공부를 통해 가능해졌고 다른 영역(식물 등)의 정보와의 연동도 쉬워졌다. 이 공부를 하면서 생물 각각의 이름이나 특징 등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둔감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얻게 되어 기분이 좋을 때도 많았다. 아직 입력된 데이터는 적다. 보통 생물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기반이 되는 시스템에는 소홀하고 자료의 양으로만 평가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에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학위과정과 짧은 사회생활, 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서의 몇개월간의 표본정리와 공부가 내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너무 이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나 역시 원하지는 않는다.

난 이제야 시작이다. 석사학위는 내게는 인간 이외의 생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도록 도와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학위논문도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만든 내 전공홈페이지도 크게 리뉴얼해서 가옥해충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개발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들도 하나둘 공개하여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앞으로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꼭 연구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테마를 찾으면 학위를 더 밟고 싶다. 그땐 주제를 받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직접 주제를 정하고 문제의식을 느끼며 하나하나 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학위를 밟으려 한다.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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