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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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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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래와 뽕나무


대학다닐 때 임경빈 박사님의 나무백과와 이유미박사님의 우리가 알아야할 우리나무 백가지를 읽으면서
나무노래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전문을 찾지 못했었는데 최근에 나무노래가 인기가 있나보다.
생태교육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얼마전에야 접했다.
노래말을 읽어보거나 불러보면 알겠지만 아무 재미있다.
생태에 전부 맞는 것은 아니고 말장난하듯 풀어쓴 이름도 있고 나무들의 생태가 잘 표현된 것도 있고
우리네 이야기가 짧은 노랫구절에 잘 녹아있는 듯 하여 여기에도 소개해 본다.
그리고 찾아보니 나무노래가 좋은 게 있어 함께 올려보니 감상도 해보시라.

나무타령(전래동요)

나무나무 무슨 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아홉에 스무나무
아흔아홉 백양나무
가다 보니 가닥나무
오다 보니 오동나무
너구 나구 살구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갓난애기 자작나무
앵돌아져 앵두나무
동지섣달 사시나무
바람 솔솔 솔나무
입맞추자 쪽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2. 나무노래<전래노랫말>

가자가자 갓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가다보니 가닥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한자 두자 잣나무 다섯 동강 오동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서울 가는 배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아이 업은 자작나무
앵도라진 앵두나무 우물가에 물푸레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목에 걸려 가시나무 기운 없다 피나무

꿩의 사촌 닥나무 텀벙텀벙 물오리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이놈 대끼놈 대나무 거짓말 못해 참나무
빠르구나 화살나무 바람 솔솔 솔나무


3. 가자 가자 감나무/ 오자 오자 옻나무/ 달 속에는 계수나무/
물가에는 물푸레나무/ 아들 낳아라 추자나무/ 무덤 앞에 가시나무/
무당 손에 복숭아나무/ 오리길에 시무나무/ 십리절반 오리나무/
가다 보니 가닥나무/ 오다 보니 오동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양반동네 상나무/ 마당 쓸어 싸리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 나무/ 칼에 찔려 피나무/ 방귀 뽕뽕 뽕나무/
댓기이눔 대나무/ 참거라 참나무/….


4. 십리절반 오리나무 한치라도 백자나무
소년시절 영감나무 열아홉에 스무나무
둘이라도 삼나무 늙었어도 애나무
사시사철 사철나무 셈잘한다 계수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쿨쿨잔다 잣나무
밤낮없이 자두나무 깨자마자 졸참나무
앞인데도 등나무 뒤인데도 배나무
새거라도 더덕나무 어두워도 박달나무
삐까번쩍 광나무 시뻘겋다 녹나무
목에걸려 가시나무 칼로베어 피나무
입었어도 벚나무 죽어서도 살구나무
와들와들 떨기나무 부들부들 사시나무
망했구나 작살나무 조졌구나 개피나무
어서가자 갓나무야 다시오자 옻나무야
가다보니 가닥나무 오다보니 오동나무
다갔는데 오구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쉬자마자 갈참나무 다리절뚝 전나무
껍질벗겨 가죽나무 새신사서 신갈나무
오줌싸고 쉬나무 방귀뀌어 뽕나무
대끼놈아 대나무 화가나도 참나무
앵돌아져 앵도나무 미안허다 사과나무
두손싹싹 비자나무 잘못했다 참회나무
용서해라 아그배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농부들아 가문비나무 경읽어라 소귀나무
냄새난다 노린재나무 냄새좋다 향나무
더럽구나 쥐똥나무 불싸질러 검은재나무
꿩대신에 닥나무요 염소사촌 백양나무
홀애비야 각시그령나무 손목쥐어 쥐엄나무
입맞추자 쪽나무 약올리자 조롱나무
열매없다 무화과나무 경계있다 분단나무
얇다해도 후박나무 승패없이 순빅나무
활짝펴도 구기자나무 풀었어도 매자나무
바로서도 물구나무 내가써도 복사나무
한푼두푼 돈나무도 목돈되네 은행나무
먹기싫다 조팝나무 먹고보자 이팝나무
말아먹자 국수나무 갈라먹자 떡갈나무
시금털털 신나무 앗쓰거라 소태나무
긴털잘라 털댕강나무 민둥민둥 중대가리나무
**이다 팔손이나무 **이네 한다리나무
튼튼하냐 무환자나무 괴롭구나 고로쇠나무
춤이라도 추자나무 노래불러 소리나무
둥기둥둥 장구방나무 덩기덩덩 장구채나무
여기봐라 주목나무 반말찍찍 야자나무
한번쏘자 화살나무 빵빵쏜다 딱총나무
애기깰라 자작나무 젖먹여라 수유나무
잘도큰다 꿈나무 빵긋빵긋 함박나무
정도많다 다정큼나무 사귑시다 아가시나무
요리조리 박쥐나무 네가해라 미루나무
잉잉엉엉 때죽나무 하하호호 빗죽나무
잘그린다 회화나무 크긴크다 말*나무




나무노래
전래노랫말, 백창우 작곡 / 김현성 노래

가자가자 갓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가다보니 가닥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한자 두자 잣나무 다섯 동강 오동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서울 가는 배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아이 업은 자작나무
앵도라진 앵두나무 우물가에 물푸레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목에 걸려 가시나무 기운 없다 피나무
꿩의 사촌 닥나무 텀벙텀벙 물오리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이놈 대끼놈 대나무 거짓말 못해 참나무
빠르구나 화살나무 바람 솔솔 솔나무
화살나무 바람 솔솔 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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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래를 이야기하면서 잠시 임소영 박사님을 소개해본다.
이분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한권의 책을 통해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인천대 학생이라면 도서관에 있으니 찾아보기를...
원래는 학위논문인데 대형서점에 가보면 판매도 한다.
제목은 [한국어 식물이름의 연구]이다.
그간 읽은 사람이 없으면 아마도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사람일지도... ^^
소외받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름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2년때 이책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종종 즐거운 이야기도 있고 생물학과가 아닌 인문계출신의 저작이지만
읽다보면 이름풀이 속에서 식물의 형태 및 이야기를 찾아내는 맛이 색다르다.
이 영향을 받아서 그 해 한터울 학술제에 만든 나비이름의 소개라는 소책자에 한국의 나비이름을
가지고 표를 만들었었는데 나름 재미있는 작업으로 기억된다.

최근 임소영님의 나무노래에 대한 인터넷의 글이 있어 긴 글을 작성해 본다.
아래는 기사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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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이름] 나무노래 / 임소영
풀꽃이름

초등학생 조카가 읊조리는 ‘나무노래’는 조그만 입술로 옹알대는 모습도 귀엽지만, 무엇보다도 언어유희 수준이 뛰어나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우선 비슷한 소리를 붙인다.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오다보니 오동나무, 늙었구나 느릅나무, 자빠졌다 잣나무 ….”
낱말풀이도 있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열의갑절 스무나무, 내편네편 양편나무, 젖먹여라 수유나무, 셈잘한다 계수나무 ….”

말 쓰임이 나오기도 한다. “불밝혀라 등나무, 불에붙여 향나무, 마당쓸어 싸리나무 ….”

모습과 소리가 살아있다. “덜덜떠는 사시나무, 입맞췄다 쪽나무, 오줌싼다 쉬나무 ….”

반대말도 등장한다. “낮에봐도 밤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양반동네 상나무, 풀었어도 매자나무 ….”

아이러니는 어떤가. “한치라도 백자나무, 남쪽에 난 동백나무, 푸르러도 단풍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 아예 한 문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앉아 구기자’나무, ‘칼로베어 피’나무, ‘씨름하여 저’나무, ‘하느님께 비자’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

요즘 생태학교에서 “뽕나무가 뽕하고 방구를 뀌니, 대나무가 대끼놈 야단을 치네, 참나무가 참다못해 하는 말, 참아라~”처럼 배운다 하니, 삶과 자연이 하나로 녹아든 모습이다. 나무노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4·4조 음수율에 운을 맞추고 뜻을 이루는 품새가 절묘하지 않은가.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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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을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빠진 것은 나비와 야생화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 같다.
대학2학년 때부터 그렇게 시작한 생물공부, 야외생활...
야생화로 시작한 식물공부는 나무에 대한 사랑에 빠지게 했고,
나비로 시작한 곤충공부는 여러 곤충들을 비롯해 나방으로 학위를 마치게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부족하나마 양서류, 파충류와의 만남을 계속해가고 있고
부족하지만 조금씩 조류와 포유류에 대해서도 더 공부해 나갈 생각이다.

나무노래를 접하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른 생물을 대상으로도 한 노래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등장하는 노래가 있던가?
어쩌면 다른 나라에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무노래가 전래동요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오랜 문화때문일 것이다.
오래도록 내려온 이야기나 풍습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생물에 대한 정보이외에도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네 서민들의 문화를 일컬어 자주 풀뿌리문화라고 한다.
초근목피의 시절을 지내신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시대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는데
그렇게 나무를 바라보고 이용하고 곁에 두고 생활한 문화가 아니었다면 이런 노래소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저 추측해본다.
농경사회가 아닌 유목사회나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 속에는 아마도
다른 구절의 전래되는 노래나 사연들이 있을 것만 같다.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며 야외활동을 할 때 내가 자주 장난 친 게 기억난다.
'밤나무의 열매가 뭐지?' 하고 물으면
'밤이죠'
'사과나무의 열매는?'
'당연 사과죠.'
'그럼 벚나무의 열매는?'
종종 여기서 막히기도 하지만 아는 아이들이 꼭 있다.
'버찌죠.'
'종종 벚나무의 앞자 그대로 '벚' 이나 �이라고 부르기도 해'
'그럼 잣나무는?'
'당연 잣이죠.'
여기까지 온 이유는 한가지 농을 치기 위해서다.
'그럼 뽕나무 열매는?'
'뽕이요. ?? 뽕??'
나와 대화를 죽 이어온 아이들은 십중팔구 그렇게 대답한다.
'하하하~ 뽕이라는 열매가 어디있냐?'
'뽕나무 열매는 오디라고 해.'
'아~ 맞다. 속았구나.'

뭐 보통 이런 스토리다.
아쉬워 하는 아이들에게 여기에 한가지 이야기를 보탠다.

'그럼 왜 뽕나무일까?'
'글쎄요?'
'언젠가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나무노래]라는 전래동요가 있는데 거기에 뽕나무에 대한 부분이 나오지. 오디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뽕~ 하고 잘 나온다고 해서 뽕나무가 되었다더라.'
'하하하~ 방귀 뽕이라'

그냥 웃고 넘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대학2학년때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고 3,4학년, 대학원2년간 그래왔으니 족히 5년은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만든 이야기다. 그저 대화이지만 언제나 속아주는 후배들덕에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나무노래에 대한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건 뽕나무에 대한 후배들과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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