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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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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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데이터베이스


야생화나 곤충을 중심으로 양서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여러 생물분야의 홈페이지들을 둘러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모임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항상 사람이 붐빈다. 반면 특정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거나 업데이트가 거의 되지 않고 활동이 거의 없는 곳은 그만큼 방문자수도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아닌 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사실이다. 웹2.0 시대에 홈페이지는 더이상 웹에 문서를 게시하는 것이 아닌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활용도가 강조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나온 위키백과사전이 국내에는 그리 활발해 보이지 않지만 전세계적인 백과사전으로 발전한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위키(Wiki)와 같이 참여형데이터베이스뿐만 아니라 싸이월드나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인맥형데이터베이스, 현재 유행처럼 번지는 트위터와 같은 가볍지만 빠른 소시얼네트워크형 데이터베이스 모두 알고보면 '소통'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내 주관심분야가 생물분야니 국내의 생물관련 홈페이지를 오랫동안 방문하며 느낀 것들을 간단히 종합해보았다.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 개인이나 동호회에서 사용하는 게시판은 제로보와 그누보드 같은 공개된 게시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외에 주요 포털의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중에는 공개게시판의 한계를 극복하고 카테고리를 잘 활용하여 분류군별로 혹은 관심분야별로 잘 정리가 되어 있는가 하면 많은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료를 찾는 것이 점점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료를 모으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에는 게시판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일반적인 게시판이나 갤러리에 그치게 된다. 회원중 프로그래밍이 어느정도 가능한 경우는 모여진 자료를 이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많은 경우 이렇지 못하다.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는 단독 홈페이지에 비해 포털을 통한 노출빈도가 높고 일단 도메인이나 호스팅비용이 들지 않으며 포털의 이메일, 메신저, 쪽지 기능이나 스킨(skin)등을 비롯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선호되는 것 같다. 그러나 카페의 기본적인 구조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제약을 많이 느껴 홈페이지로 독립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 개인인 경우 특성을 살려 블로그와 같은 형식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기도 하는데 블로그의 특성상 자료가 많이 쌓이면 점점 자료를 원하는 형태로 취합해서 모아 본다거나 유형별로 나누어 보는 것이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에 비해 기관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어떨까? 개인이나 동호회의 홈페이지가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만남을 기반으로 한다면 기관이나 단체의 홈페이지는 그보다는 정보제공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산림청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이나 농업과학기술원의 곤충표본관, 한국의 곤충자원, BRIC의 생물정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생물자원정보(http://biodiv.kisti.re.kr/)의 여러 DB, 그리고 최근에 선보인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http://www.nibr.go.kr/species/), 국가표준식물목록 등의 특성이 대부분 정보제공이 주 목적이다. 최근에 생긴 홈페이지일수록 소통을 강조하는 형태이나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 생물자원포털은 위키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과연 생각대로 운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모 강의에서 국내에서 위키백과사전이 국외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네이버의 지식검색과 같은 형식의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때문이라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런 역할을 생물분야에서는 개인이나 동호회의 홈페이지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관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개인이나 동호회의 것과는 달리 실제 운영자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홈페이지 운영에 애정을 쏟아부을 만한 이유 내지는 계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업데이트되는 주기가 매우 길고 관리가 잘 안되어 정체되는 사이트가 되기 쉽고 더더욱 소통하기 어려운 홈페이지가 되기 쉽다. PHP나 JSP, ASP등이 정체된 HTML에 비해 인터렉티브한 게시판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만든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것은 실제로 소통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홈페이지를 인터렉티브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정보제공이 주 목적이라면 지속적인 관리와 업데이트에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정보제공만 함에도 자주 참고하는 홈페이지는 산림청의 가표준식물목록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이다. 이외에는 대부분 개인이나 동호회홈페이지를 주로 방문하거나 국외의 홈페이지를 찾는다. 가장 성의없는 홈페이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생물자원정보가 아닌가 싶다. 연구자들의 연구자료에 비해 홈페이지가 다 거기서 거기고 검색기능도 거의 없어 거의 찾지 않게 된다. 하물며 게시판 하나 달려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수를 가장 높게 주고 싶은 데이터베이스는 국가표준식물목록이다. 목록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지루한 일인 줄 잘 알고 있기도 하지만 생물명은 생물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데 가장 기반이 되는 자료이므로 정부기관에서 하는 일에 잘 부합되고 전체자료를 공개함으로서 정명 혹은 추천명을 일반화시켰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현재는 게시판이 사라졌지만 일부 목록의 오류에 대해서 참여자들의 질문을 받고 내부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수정해 업그레이드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한반도 생물지 사업이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는데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성격처럼 다른 생물분야도 자료를 오픈하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싶다. 현재는 해당 홈페이지에 가도 참고할만한 자료가 거의 없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기관이나 정부에서 구축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기반이 되는 자료가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시 말하면 종목록이나 기반이 되는 자료의 제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가공이 가능한 기반자료의 제공은 많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엑셀파일로 html파일만 제공해줄 뿐이지만 많은 식물관련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이용해 스스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서 자연스럽게 생물명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계기도 되고 온라인 환경에서 국가표준식물목록이 제시하는 추천명과 학명이 일반화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갤러리나 게시판에서 제공하는 형태뿐 아니라 국가표준식물목록의 경우처럼 가공되지 않은 로우데이터(raw data)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는 원하는 형태로 정보를 재가공하여 더욱 멋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홈페이지는 로우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므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더불어 프로젝트가 충분히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으니 충분한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진 홈페이지나 외관이 당장은 방문자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전문가에게나 일반인에게나 편리한) 검색가능하고 정보에 충실하며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데이터베이스가 많이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국내에서 가장 소통형 데이터베이스 방식을 채택했던 것은 [양서류, 개구리, 도룡뇽 모니터링]이란 타이틀로 수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현재는 홈페이지가 폐쇄되었다. 이 홈페이지는 한국교원대와 강원대학교 양서류 연구팀에서 진행했던 것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의 이색적인 데이터베이스 방식을 채택했었다. 일본의 전국수생곤충모니터링이 이와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형태였다. 자신이 사는 곳, 혹은 관찰이 가능한 지역을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관찰한 결과를 간이 보고서형식으로 보내면 자체적으로 제작한 지도에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지도 api를 이용해 맛집이나 추천장소를 지도에 표시하는 것이 예전에 비해 수월한 일이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이 모니터링 사이트는 학교나 단체, 개인의 참여를 유도한다. 참여를 하면 참여했다는 증명서도 발급해주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해당 분류군의 생물들을 시각, 청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생태정보 및 울음소리 음원파일 등을 제공해주었다. 오프라인에서도 캠프 형식으로 '양서류 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실제 참여는 해보지 않았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웹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웹프로젝트는 결과를 종합하여 [김수경, 성하철,박대식, 박시룡. 2006. 무미양서류의 음성신호를 이용한 생물 모니터링의 수행에 따른 중고등학생들의 환경인식 변화. 한국환경교육학회지 19(1):104-115.], [노동찬, 2007, 무미 양서류의 음성신호를 이용한 환경 모니터링], [박시룡, 2007, 무미 양서류의 음성신호를 이용한 장기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 와 같이 학술지, 논문, 보고서 등의 형태로 출판되었다. 현재 프로젝트 진행당시의 홈페이지는 사라졌지만 강원대 행동생태실험실(http://www.kangwon.ac.kr/~frogkorea/)에서 일부 자료와 관련 논문들을 제공하고 있다. 보통 보고서는 전문조사자들에 의해 수집된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프로젝트의 성격이 웹프로젝트의 방식이 적합하다면 이런 류의 접근방식과 프로젝트의 형태를 고려해볼 여지가 충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비해 국외에서 만난 홈페이지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것들이 많았다. 홈페이지의 외관은 별로였어도 빛나는 아이디어와 노력이 돋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사박물관의 데이터베이스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방대하면서 유용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아마도 영국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Lepindex, HOSTS, Butterflies and Moths of the World 등을 비롯해 여러 데이터베이스가 모여있고 다양한 검색방식을 제공해 준다.(http://www.nhm.ac.uk/research-curation/research/projects/search/ 참고) 대상도 국내종을 비롯해 전세계종을 대상으로 한 경우도 많고 여러면에서 국내의 국가표준식물목록과 비슷한 성격의 공개형 데이터베이스의 구조를 가진다. 이외에도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같은 곳에서는 출판한 문헌의 상당한 양을 PDF파일로 제공하여 참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살펴보면 그저 내부문서나 뉴스레터가 아니라 실제 출간되었던 몇백페이지짜리 문헌들이다. 내게도 유용한 자료가 있어 다운받아 소중하게 참고하고 있는 자료들이 다수 있다. 최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오른쪽마우스 금지를 비롯해 컨텐츠의 저작권보호를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을 마련했는데 이는 환경의 차이일지 모르겠지만 개인도 아닌 정부기관에서 공익의 목적으로 여러 참고문헌과 대학 및 기관의 도움으로 완성한 공공의 지식을 컨텐츠로 인식하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국외의 여러 생물관련 홈페이지를 보면서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내의 홈페이지가 거의 대부분 이미지기반의 데이터베이스라면 국외에는 텍스트정보만을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도 꽤 많다. 많은 경우가 자연사박물관에서 제공해주는데 국내의 경우를 살펴보면 참 부끄러울 정도다. 단 한군데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표본목록을 검색할 수 있거나 제공해주는 곳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표본목록이란 종목록이 아닌 표본의 라벨데이터를 정리한 목록을 말한다. 표본을 검색하려면 아무리 멀어도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한다. 미리 표본목록을 검색할 수 있다면 선 열람후 방문 등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표본을 열람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산림청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구축당시 이미지만 촬영한 것이 아니라 각 기관의 기관명과 표본의 라벨데이타도 모두 작성해서 대부분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을텐데 이 정보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미지없이 텍스트 정보만으로도 유용한 정보(이를테면 보유한 표본이 분류군별로 어느정도나 되는지, 연도별로 수집되는 표본의 수량, 표본들의 주요채집지 분포유형, 단순표본목록 등)를 제공할 수 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것들을 공개하면 도리어 네티즌들은 이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들을 더욱 멋지게 다듬어 돌아오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구글의 행보를 보면서 많이 공개한 만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유하고 있는 지식이 어렵게 쌓은 것이겠지만 공개하고 다른 곳에서 보유한 지식을 그만큼 받아들이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려면 꽁꽁 싸두려는 의식부터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처도 밝히지 않고 자료만 싹 다 긁어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일부라도 대열에 참여하고 자료의 출처를 분명히 하는 것이 일반화되면 앞으로의 국내의 생물학 분야 홈페이지들도 조금은 다른 바람을 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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