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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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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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바라보는 눈, 유형화


20대 전체를 식물분류학과 곤충분류학을 공부하면서 보낸 듯 하다. 그런데 서른이 넘고보니 내 공부가 상당부분 생물의 종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를 쓰면서 생물상분석에 대한 연구도 했었지만 그리 깊지 못한 공부였다. 머리속으로는 생물간의 관계나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그런 공부는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식물에 관심이 많다가 곤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두 분야사이의 상호관계에 관심이 생겨 먹이식물과 곤충과의 관계에 특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문헌이나 자료를 모아왔는데 최근에서야 이런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베이스와의 만남이 이런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PHP, MySQL등을 이용한 웹프로그래밍에 대한 공부는 온라인상에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졌다. DB의 테이블을 만들면서 가장 막혔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들을 추려 결과를 낼 수 있느냐였는데 여러 고민들을 모아보니 결국 내가 하려는 작업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 유형화작업이었다. 어찌보면 생물이름은 속명, 과명, 목명이 있어 이미 유형화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누구나 이용하는데 무리가 있다. 보다 일반적인 유형화작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식물의 경우 생활형이라는 것이 있다. Th 하형1년초, Th(w) 동형1년초, Th(v) 영양번식형 월년초, G 지중식물, H 반지중식물, Ch 지표식물, N 관목, M 아교목, MM 대교목, HH 수생식물 등과 같이 유형화시킨 뒤 몇 가지 유형들을 조합해 HH(Th), R4, D4, b-p등과 같이 표현하면 한 식물의 생활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단순히 한 식물의 특징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속이나 과, 목 수준에서 특정 조합을 보이는 식물들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추려내어 분석해보는 작업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보통은 식물상(flora)분석에 주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먹이식물분석이나 다른 생물상과 식물상과의 관계를 분석하는데에도 분석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버드디비(http://www.birddb.com/)라는 새도감 사이트가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메뉴를 살펴보면 분류체계, 가나다순, 영명순은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새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경우를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곧 중상급자를 위한 메뉴다. 주목할 부분은 생김새를 이용한 유형화된 메뉴다.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고 항상 적용되는 예는 아닐 것이나 초보자도 쉽게 검색할 수 있어 접근성 면에서는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유형화된 부분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황새와 같이 목이 길고 약간 커보이는 새
독수리,매,올빼미같이 부리가 날카로운 맹금류
거위나 오리같은 새
닭이나 꿩과 비슷한 새
비둘기와 비슷한 크기의 새
도요새와 물떼새 종류
딱다구리류
제비류나 칼새류
참새보다 약간 큰 새
참새와 비슷한 크기의 새

물론 대표종에 대한 지식은 있어야 하지만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훨씬 적은 사전지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런 효과적인 유형화사례는 국내외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종종 상세한 유형화작업으로 도리어 검색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검색기능을 전문가모드와 초보자모드 등으로 구분해서 제공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의 생물데이터베이스는 분류체계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러나 분류체계나 학명도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은 이명처리(synonym, 국명이명 등)부분이 명확하게 해결되어야 유용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다. 유형화작업시 분류체계뿐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것 같은 생활형 같은 것은 비전문가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나비의 경우를 살펴보자. 나비를 분류체계에 따라 과별로 나누고 속별 혹은 비슷한 종들끼리 모아서 나누는 경우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경우라면 손쉽게 찾을 수 있지만 초보자인 경우 찾기가 어렵다. 이 경우 나비의 형질중 색이나 형태의 아웃라인, 무늬 등을 특징으로 잡아 유형화시킨다면 초보자라도 자신이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은 나비의 이름을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개인적인 DB라면 자신이 편리한대로만 만들면 될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용의 DB를 만드는 것이라면 이런 유형화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런 DB일수록 어떻게 DB가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기본정보나 전체목록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정보의 제공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제공되는 정보를 기반으로 연계작업을 보다 수월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생물데이터베이스의 유형화 작업부분에서 방향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별로 상세정보를 연구하는 것은 기반작업으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보다 전체적으로 크게 바라보려면 유형화시켜 전체적인 패턴을 봐야할 때도 있다. 또한 이런 유형화 작업은 학명이나 분류체계(종속과목강문계)로만 DB화 되어 있는 현재의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보다 사용자 중심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유형화 작업은 인위적인 것으로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나 이 역시 한계가 있어 참조자료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종단위의 연구에만 익숙해 있던 내게 보다 넓은 시각으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작업을 시작하고보니 국내엔 생물을 이런 식으로 다룬 문헌이 많지 않아 국외자료를 많이 참고해야 하고 시도된 적이 없어 직접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처음 생물을 공부할 때는 눈높이를 생물의 눈높이로 맞추는데에만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눈높이를 높여 전체를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함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나하나 구현이 되는데로 공개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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