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에 얽힌 이야기 -ㄷ-
달맞이꽃
꽃말: 기다림
한 호숫가에 별을 사랑하는 님프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밤마다 별이 잠기는 호수를 들여다 보며 별자리 전설을 얘기하는 것에 더 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은하수 한 가운데 백조가 날개를 폈지요. 그 왼쪽의 큰 별이 직녀성이고 그 오른쪽이 견우성이래요. 그렇게 마주 보고 있으면서도 일년에 한 번밖에 못만나니, 어쩜 얼마나 안타깝겠어요.
님프들의 얘기는 밤이면 언제나 되풀이되고 그럴 때마다 님프들은 안타까와 했다. 그러나 그 님프들 중의 한 님프는 그럴수록 더 우울해졌다. 그는 불행히도 별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달이 없는 밤이면 미칠 듯이 외로웠다.
달님을 두고 별 따위를 사랑하는 님프들이 미웠다. "별 따위는 없는 것이 좋아요, 달님만 있다면 이 호수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달을 사랑하는 님프가 몰래 혼자 지껄이는 이 소리를 다른 님프들이 듣고 그들은 참을 수 없는 홧김에 그만 제우스 신에게 일러 바쳤다. 제우스 신은 그 님프를 당장 죽일 듯이 노했다.
달만을 사랑하는 님프는 제우스의 명령대로 달도 별도 없는 황량한 호숫가로 쫒겨갔다. 달의 신 아테미스가 이 사실을 알았다. 아테미스는 자기를 사랑하는 그 님프를 그렇게 고생시킬 수가 없었다. 제우스 신 몰래 아테미스는 그 님프를 찾아 벌판을 헤매었다. 제우스가 이것을 알고 아테미스가 헤매는 곳을 따라 구름으로 태양을 가리고 비를 퍼부어 아테미스를 방해했다.
그 동안 그 님프는 달이 없는 호숫가에서 아테미스를 기다리다 지치고 자꾸만 여위어졌다. 아테미스가 그 황량한 호수에 다달았을 땐 빼빼 말라 쓰러진채 님프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테미스는 님프를 안고 서럽게 울다가 눈물이 말라 더 울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님프를 언덕 위에 묻었다. 무덤에서 피어난 달맞이꽃은 지금도 해가 지면 박꽃처럼 달을 닮아 노란 빛깔로 핀다
데이지
꽃말: 겸손함 아름다움, 천진 난만함
데이지는 한 포기에서 여러송이의 꽃을 피우며 저녁 무렵이 되면 꽃잎이 반쯤 오무라들기도 한다.
천진난만하고 조그마한 모습이 사랑스런 여자아이들 생각하게 하는 이 꽃은 금방 사람들의 눈을 끌게 하는 매력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데이지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이스 신화에서는 수풀의 요정 베리디스가 다시 태어난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애인과 같이 놀고 있던 베리디스가 과수원의 신에게 발견되자 데이지로 모습을 바꾸고 말았다.
수많은 화려한 꽃을 두고 굳이 데이지로 모습을 바꾼 것을 보면 아마도 베리디스는 천진난만하고 겸손함을 가진 요정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러한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데이지는 의외로 남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꽃이다.
세상의 남성들이 톡톡 튀는 미인에게만 마음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착각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는 듯이..
- 이야기
과수원의 신인 '베루다므나스'는 숲 속의 요정인 '베리디스'의 춤에 반했습니다.
그녀의 춤은 '베루다므나스'뿐 아니라 모두가 반할 만큼 우아했습니다.
'베리디스'의 춤에 반한 과수원 신은 결국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베리디스'가 호숫가에서 세수를 하는 아침부터 해가 저무는 저녁까지 '베루다므나스'는 한시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더 할 수 없을 정도의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그러나 '베리디스'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베루다므나스'의 사랑은 갈수록 깊어 가고, 그것이 진정이란 걸 알게 된 '베리디스'도 이때 부터는 말할 수 없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럴 수도 없는 '베리디스'는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차라리 꽃으로라도 변해 버릴 수 있다면, 이토록 가슴 쓰린 괴로움은 잊으련만....)
'베리디스'는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녀는 차라리 하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녀는 어느 누구도 버릴 수 없고 그렇다고 어느 누구를 선택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베루다므나스'나 약혼자나 둘 다 젊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리디스'는 자기를 원망했고 그런 그녀의 소원은 어느날 저녁 무렵 조용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녀가 꽃으로 변한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베루다므나스'는 사랑하는 그녀를 만난다는 부푼 가슴으로 호숫가를 찾았으나 거기엔 당연히 있어야 할 '베리디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데도 없었던 것입니다.'베루다므나스'는 불안한 가슴을 누르고 항상 그녀가 앉았던 그 자리를 보았습니다.
호수의 물이 찰랑거리는 물가 양지에는 사랑의 고통을 안고 생각에 잠긴 듯한 꽃이 한그루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이 꽃이 바로 '데이지'입니다.
도라지
꽃말: 영원한 사랑, 포근한 사랑
옛날 어느 마을에 의지할 곳 없는 '도라지'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10년 기약으로 중국에 공부를 하러 가게 되자 도라지는 절에 가서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 오빠가 돌아 오지 않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오빠를 기다리며 혼자 지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소녀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높은 산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오빠가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도라지야!'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란 도라지는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절벽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답니다.
그 소녀가 숨진 자리에서 이듬해 작고 귀여운 보라색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을 '도라지꽃'이라 불렀답니다.
동백꽃
꽃말: 자랑, 겸손한 아름다움
v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에 있는 동백산의 전설이다.
옛날 남국의 청년 한 사람이 두메 산골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마을의 어느 소녀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장래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얼마 가지 않아서 슬픈 운명이 닥쳐 왔다.
이 청년이 그 고을을 멀리 떠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달 밝은 봄날 저녁 가까이 있는 동산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미어지는 이별의 슬픔을 나누었다.
소녀는 청년의 옷깃을 잡고 슬픔을 억누르면서 속삭였다.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의 고향은 남쪽 나라 따뜻한 곳 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다음에 오실 때는 동백나무의 열매를 꼭 갖다 주세요.
그 나무의 열매 기름으로 나는 머리를 예쁘게 치장하여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그러자 청년이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과히 어려운 일이 아니오. 많이 가져다가 당신에게 드리겠소." 하고 굳은 약속을 남긴 청년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몇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그곳을 떠나 바다 건너 멀리 남쪽 나라로 떠나 버렸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가을 바람이 일고 기러기가 날기 시작했다.
소녀는 혹시나 청년에게 소식이 있을까 하여 매일 문 앞에서 먼 바다 쪽만 바라볼 뿐이었다.
소녀는 한숨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손을 꼽아 헤아려 보니 떠난지 어느새 만 1년이 지나 있었다.
봄날의 달빛은 헤어지던 그 날과 다름없이 비쳐오건만 한 번 떠나간 님은 소식조차 없는 것이었다. 소녀는 지나간 날들의 회포를 가슴 속에 보듬고, 그 동산을 헤매면서 돌아오지 않는 청년을 그리워 하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죽은 줄도 모르고 청년은 그리움에 부푼 가슴을 안고, 이 산골로 소녀를 찾아왔다.
그러나 청년의 부푼 가슴은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소녀의 죽음을 알게 된 청년은 미친 듯이 소녀의 무덤 앞으로 달려가 땅을 치고 통곡을 했다.
그러나 한번 간 소녀는 대답이 없었다.
청년은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면서 소녀를 위해 갖고 온 동백나무 열매를 무덤 주위에 뿌리고 다시 멀리 떠나 버렸다.
그 이후 청년에 의해서 뿌려진 동백나무 열매는 싹이 트고 줄기가 나서 마침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산 전체가 동백꽃으로 불타는 듯이 빨갛게 덮였다.
죽은 소녀의 넋이 한이 되어 그 한이라도 푸는 듯이 봄이면 동백꽃으로 동산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었다.
동자꽃
꽃말: 귀여움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암자에는 스님과 어린 동자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 동자는 스님이 마을에 갔을 때 부모를 잃고 헤매는 것을 불쌍히 여겨 데려온 소년이었습니다.
겨울 어느 날 스님은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 어린 동자를 암자에 홀로 남겨두고 마을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스님은 동자가 있는 암자로 빨리 가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했지만 겨울 하루 해는 너무 짧기만 했습니다.
스님이 산을 내려온 뒤 산에는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해 저녁 무렵에 이르러서는 눈이 한길이나 쌓이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스님은 눈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으므로 도저히 암자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스님은 오직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암자의 어린 동자는 너무나 어렸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려 스님이 못 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오직 동자는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마을로 내려간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동자는 며칠을 스님이 내려간 언덕만을 바라보다 마침내 앉은 채로 얼어 죽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했을 무렵 스님은 서둘러 암자를 향 해 길을 떠났지만 암자에 도착한 스님을 맞이 한 것은 마당 끝에 우두커니 앉아서 죽은 동자의 시체뿐이었습니다.
너무나 큰 슬픔과 절망이 몰려왔으나 스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죽은 동자를 바로 그 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습니다.
그 이듬해 여름이 되자 동자의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났으며 한 여름이 되니 꼭 동자의 얼굴 같은 붉은 빛의 꽃들이 마을로 가는 길을 향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죽은 동자를 생각해 이 꽃을 '동자꽃'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덴드로비움
덴드로비움(난과:Dendrobium spp:고위도의 열대 아메리카 지역) 꽃말 : 방자한 미인, 자만심이 강한 미인 옛어른들의 말씀에 부자와 미인은 심술궂고 방자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부자와 미인을 동경함은 어쩔수가 없다.
당신도 부자와 미인을 동경한다면 현란한 생활과 화려한 정사의 뒷편에는 반드시 슬픈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도 당신은 '방자한 미인'과 위험한 사랑에 마음을 불사를 용기가 있는가?
덴팔레
덴팔레(난과:Dendrobium phalaenopsis:필리핀제도) 꽃말 : 매혹 난의 한 종류로 하얀 바탕에 조금 검붉은 색을 방사시키는 덴팔레는 느슨한 V자형 꽃이 축 늘어져 있다.
그리고 덴팔레의 이 검붉은 빛깔은 안정된 분위기와 함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아코디온과 나팔을 불면서 삐에로의 모습을 한 젊은 광대가 빠져나가는 번화한 거리의 카페 그곳엔 때묻은 백색 레이스 커텐이 붙어 있고, 찍찍 소리를 내는 축음기에서는 재즈 멜로디를 흘려 보내고, 비단으로 짠 옷을 입은 종업원이 서 있다.
그러한 시대에 매혹적인 여자들의 단발머리를 장식한 리본의 색이야말로 '매혹'이란 꽃말의 덴팔레와 같은 검붉은 색이었던 것이다.
다알리아
다알리아(엉거시과:Dahlia hybrida:멕시코) 꽃말 : 당신의 마음을 알게되어 기쁨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합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알게되어 기쁨니다.
'라는 꽃말을 지닌 이 꽃은 보사노바풍의 감미로운 주제곡과 사랑의 명작으로 유명한 영화 '남과 여'를 떠올리게 한다.
아내를 잃은 남자와 남편을 사고로 잃은 여자,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결코 젊은이 축에 끼어들 수 없는 연령의 남과 여가 쉽게 몸을 섞지만... 결국 여자는 남자를 남겨두고 홀로 기차에 오르고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깨달은 남자가 역에 먼저 도착해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기차에서 내린 여인은 기쁘게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며 품에 안긴다.
대사가 필요 없는 표정과 동작은 단조로운 듯 하나 모노크롬의 화면구사는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마치 다알리아의 치밀한 꽃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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