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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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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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



서른이 넘도록 한 곳에 살아온 나로서는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추억이 참 많다. 익숙한 곳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초등학교때 불알친구들과 동네꼬마들과 놀던 돌산은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중학교때엔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동네 전체가 재개발되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젠 내가 사는 윗동네를 시작으로 현재 살고 있는 곳조차 개발지역이 되었다.

산과 그리 멀리 있지 않아 어릴적부터 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놀았었다. 한때는 간첩을 잡겠다고 산을 오르내린 적도 있고 톰소여의 모험을 보면서 친구들과 우리도 허클베리핀의 저런 나무위의 집을 짓자며 고사리손으로 톱과 망치, 못, 노끈 등을 가지고 몇주간 산을 오르내린 적도 있었다. 물론 나무위 집은 무리여서 이곳저곳에서 모은 나무와 풀들로 텐트같은 집을 짓는데에 그쳤지만 산딸기를 모아 양식을 마련하고 이래저래 독립을 꿈꾸던 어릴 적 기억은 지금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동네뿐만 아니라 어릴 적 친구들은 모두 외지로 떠나갔다. 윗동네의 공사모습을 보면서 사라져가는 건물들과 함께 점점 잊혀질 추억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뉴스를 보니 내가 사는 동네가 구릉지의 개발방식중 처음으로 자연친화적인 모델 1호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대신 프리젠테이션하는 곳을 다녀왔지만 어딜봐도 자연친화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니 개념이 잡히지 않은 것 같았다.

홍제천도 청계천을 모델로 자연친화 하천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몇년간 공부한 수서곤충과 하천에 대한 생각으로 볼때 청계천이나 홍제천이나 하천의 모양새만 낸 것이지 하천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생각이다.

사라져가는 것...
하지만 그 자리에는 새로움이 항상 깃든다. 그것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추억이 되고 기억이 될 것이다. 단지 오래도록 그곳에 남을 만한 건물이 세워져 한번에 추억이 날라가 버리는 듯한 공허함이 계속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럴 때 만큼은 몇백년동안 같은 모습을 이어가는 마을이나 유럽의 오랜 도시가 부러울 뿐이다. 낡은 건물만큼이나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늘 새로운 건물, 새로움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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