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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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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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용 과일에 담긴 깊은 뜻


아래글은 [인디카]라는 사진 동호회의 용바우님의 글을 인용한 것입니다.

원글은 아래 주소를 참고하세요.
http://www.indica.or.kr/bbs/zboard.php?id=lif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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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에 오르는 과일 가운데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세 개 있다. 대추, 밤, 그리고 감이 그것이다. 다른 과일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지만,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없이 제사를 지내면, 그 제사는 무효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 세 가지는 제사상에 필수적이다.

왜 우리 조상들은 이 세 가지 과일을 꼭 넣어서 제사를 지냈을까? 이 세 가지 과일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들의 깊은 뜻이 숨어 있음을 며칠 전에 어떤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대추는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대추나무에 대추가 올망졸망 달리는 것처럼 후손이 번창하라는 뜻일 것이다. 요즈음도 새색시가 폐백을 드릴 때 시어머니가 대추를 던지면 새색시가 치마폭으로 그 대추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열매가 많이 달리는 것은 비단 대추만이 아니다. 대추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또 한 가지 특성이 있다. 대추꽃은 피었다 하면 반드시 열매를 맺지, 꽃으로서 그냥 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나왔으면, 대추처럼 후손을 적어도 하나는 만들어 놓아야 자기 도리를 다한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밤은 무슨 뜻일까? 밤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신비한 특성이 있다. 다른 모든 과일은 씨앗을 뿌려서 싹이 트면 그 씨앗 자체는 썩어서 없어진다. 그러나 밤만은 그 씨앗이 썩지 않고 생밤인 채로 죽을 때까지 보존된다고 한다. 몇십 년 된 아름드리 밤나무도 그 뿌리에는 자기 생명의 원천인 씨밤을 소중히 달고 있다. 따라서 밤이 상징하는 것은 조상과 나와의 지속적인 연결이다. 나의 생명의 원천이 조상들이며, 그 조상들은 한시도 나와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님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우리 조상들은 밤을 반드시 제상에 올렸다.

이제 감이 남았다. 감은 또 어떤 신비한 특성이 있는가? 특히 우리 나라 이북 지방에서는 감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북 사람들은 감을 구하지 못해서 곶감을 써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감을 제상에 꼭 올렸을까? 탐스러운 감씨를 심으면 감이 달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무리 좋은 감씨를 심어도 달리는 것은 고욤이다. 고욤은 엄지 손톱만한 과일로 감을 축소해 놓은 모양이다. 다닥다닥 붙어서 열리는데, 생김새만 감과 비슷할 뿐 떫어서 먹기 어렵다.

감을 만들려면 묘목이 삼사 년 쯤 컸을 때 접을 붙여야 한다. 즉 자연 상태 그대로 놓아 두어서는 감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감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해진다. 자식을 놓아서 밥을 먹여 기른다고 다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참된 인간 구실을 하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교육시키기 데는 접을
붙이기 위하여 가지를 칼로 째는 것과 같은 고통이 따를 지도 모르지만, 참된 인간을 만들기 위하여 반드시 겪어야 할 고통임을 감이 상징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제사에 쓰는 과일 하나를 고르는 데도 이렇게 깊은 뜻을 두었다는 것이 경이롭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제사를 지내면서도 거기에 담긴 뜻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다. 그런데 이 흥미로운 사실을 왜 나는 나이가 40이 넘도록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까? 그런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없었고 선생님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또 나이 많은 동네 어른들도 들려준 적이 없다. 주위 선생님에게 물어 보아도 처음 듣는 이야기란다.

100년 전만 해도 상식적인 이야기였다는데.... 우리 전통을 경시하는 풍조 속에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좋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소멸되어 버린 것 같다. 제수용 과일에 담긴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는 제사를 지내기 싫어하는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될 것 같다. 다른 제사 음식에도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많은 좋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차분히 연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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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분이 글을 잘 쓰신 것도 있지만 읽은 나로서도 무척 재미가 있어서 함께 읽고자 옮겨본다. 제사를 지내는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 제사때 올리는 음식들을 볼 때마다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음식의 위치나 음식들의 의미들. 종종 아버지께 여쭈어보면서 의미들을 조금씩 알고는 있지만 위 글쓰신 분처럼 좀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싶다. 의미야 갖다붙이면 되는 것일지 모르지만 잘 생각해보면 하나하나 생물의 생활사나 습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례의식을 올리는 것 자체에 의미도 있겠지만 제사상을 차리면서 음식 하나하나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보다 의미있는 제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분들은 소개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역마다 제사상 음식도 차이가 난다고 하던데 그런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음식은 모두 생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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