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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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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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등축제 뒤늦은 후기


2011년 서울등축제가 11월 초경부터 중순넘어까지 청계천 광장에서 화려하게 열렸었다.
이틀째인가 저녁에 가보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청역부근으로 돌아서 뒤쪽부터 구경해야 했다. 지난 부처님 오신날의 화려한 거리퍼레이드를 벌였던 등축제를 봐서 그런지 감흥이 덜했지만 물위에 띄워놓으니 색다른 멋이 있었던 것 같다.



등축제와 더불어 여러 지역축제들의 홍보가 많았는데 빙어축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빙어떼를 형상화했는지 물고기떼를 다채로운 빛을 내는 등으로 표현해놓으니 정말 멋졌었다.

뽀로로, 태권브이, 스파이더맨, 배트맨, 남대문, 종묘제례악, 민속놀이를 형상화해 놓은 등도 많았고 다양한 나라에서 선보인 이색적인 등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색다른 감이 있었다.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좋았지만 청계천아래에서 한 것이라 주변에 인파들이 너무 몰려들어 너무 불편했고 내가 갔을 땐 사람들이 이미 다리 아래에 꽉 들어차서 내려가지 못하고 위에서만 봐야했다. 청계천, 청계광장, 서울의 궁을 중심으로 여러 행사들이 많이 열려서 예전에 비해서는 확연히 볼거리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어떤 볼거리들이 생겨날지 기대가 많다.


무척 추운 날씨였지만 등축제를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다들 밝은 것 같아 덩달아 기분좋은 밤이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들으며


21세기가 시작될 즈음 TV에서 특이한 공개강의가 하기 시작했다.
민머리에 두루마기 옷을 입은 짤막한 사람이 하는 강의였다.
그것도 독특한 억양으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강의를 하는 그는 도올이란 특이한 호를 사용하는 김용옥이란 사람이었다.



처음에 한 노자강의는 당시 군에 있었기 때문에 보지 못했고 군제대후 한 논어강의는 아버지께서 종종 시청하셨기에 우연히 잠깐씩 보곤 했다. 21세기에 고전강의라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후에 한 강의씩 다시 보면서 정말 유익한 강의라는 생각을 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 철학관련 교양과목을 찾아듣곤 했었는데 대학강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충실한 강의를 대국민 상대로 하는 것이 놀라웠고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매우 좋았었다.

그의 강의는 신선한 점이 있다. 지루하지 않게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쇼맨십이나 강의 중간중간에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들, 그의 학력쌓기에 대한 자찬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이것들을 모두 제하고도 강의를 들으면서 새겨들을 주옥같은 빛나는 한 마디가 있어 강의를 듣게 한다. 꼭 그의 생각이 아니더라도 그가 전해주는 여러 인사들과의 대화에서도 그의 강의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또한 김수환 추기경을 강의에 초대하거나 탤런트, 개그맨, 유명인사들을 강의에 초대하기도 한다. "도올 인도를 말하다" 강의에서는 직접 달라이라마를 찾아가 나눈 심도있는 대화들을 소개해 단순히 책 속의 고전이 아니라 이 시대에 살아있는 고전의 재발견을 하게 해준다. 종종 사회적 비판에 대해서도 통쾌함을 느끼기에 사람들이 그의 강의를 비판하기도 하면서 열광하기도 하는 듯 같다. 비판을 받아도 사람들 사이에 자신이 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이야기거리가 되는 것 역시 반가운 일이라는 그의 생각은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을법한 문제를 이야기거리로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같다.

정규방송으로 그의 강의를 찾아본 적은 별로 없지만 그의 강의는 시간이 있을때마다 찾아보는 편이다. 노자, 논어, 불교, 국학, 청소년을 위한 강의, 철학교실, 독립운동, 요한복음, 중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의 관심사에 대한 심도있는 강의를 들으면서 함께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어 참 행복했다. 요한복음 강의정도만 빼고 다른 강의는 수차례 들었던 것 같다. 달라이라마와의 대화가 담긴 불교강의는 책도 읽었고 그의 책중 몇몇은 직접 읽어보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추종자는 아니다. 그의 의견에 종종 반하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가질 때도 있다. 고전은 쉽게 읽혀지는 책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고서는 책 한장 제대로 넘기며 읽는 것이 쉽지가 않다. 강의는 들어도 원문을 다 읽을만한 여력을 모든 사람이 가지기는 힘들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러하기에 그의 강의는 참 고맙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책을 읽고 하는 그의 강의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으며 냉철한 비판도 반성도 포함하고 있기에 삶의 여유가 부족해 고전을 직접 읽는 것이 어려운 때에 그의 강의는 한번즈음 들어보고 이 시대에 맞는 고전의 맛을 느껴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다.

그는 자신이 대국민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강의를 듣는 사람은 모두 대학생이며 동기동창이라고 한 적이 있다. 참 의미깊은 말이었다. 요즘 시대의 대학은 과연 학문의 상아탑인가를 종종 묻는 나에게 그저 대학이란 건물에 다니며 학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대학생활인지 진정 스승을 찾아다니며 진정한 배움을 찾는 것이 대학생활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시험으로 누군가를 테스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시험공부, 스펙쌓기로 도배되고 있는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그의 강의는 자신의 강의가 끝나면 모든 것은 각자 개인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만 공부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다. 그의 강의는 높은 강의수준이면서 편안하게 들으면서 그저 수다처럼 이야기거리로서 회자될 수 있어 더욱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다.

대학에서 교양수업으로 철학수업을 들으면 한 학기 수업횟수만 따져봐도 그의 강의가 얼마나 충실한 강의인지 알 수 있다. 횟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대학에서도 듣기 어려운 강의를 편하게 TV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그의 말대로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인 거 같다. 최근 다시 그의 중용강의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놓을지 궁금하다. 난 이번에도 때론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들으며 주위 사람들과 그의 강의를 안주삼아 종종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