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About Me

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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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란..


나의 고교시절.
당시엔 현재처럼 인터넷이 잘 보급되지 않았다.
라디오를 즐겨듣다가 밤에 이 음악을 처음 들었었다.
그때가 고2였었나보다. 시험과 성적, 경쟁으로 지친 생활의 연속이었는데 우연히 듣게된 김민기의 봉우리는 공부하던 내 손을 오랫동안 멈추게 하고 노래말 하나하나에 귀기울이게 했었다. 잔잔한 목소리로 나레이션 되다가 노래로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이 노래는 후에 양희은 버젼으로도 들을 수 있었다.

산이야 같은 봉우리를 향해 오를 수밖에 없지만 인생에 있어 봉우리는 저마다의 꿈의 갯수만큼이나 다양할텐데 왜 이리 경쟁하며 힘든 길로 만들어가는 것일까? 저마다의 봉우리가 있다면 그저 자신만의 봉우리를 향해 오르면 될 것을.. 정상인 줄 알고 올랐는데 그게 그저 고개마루였음을 안다고 해도 난 행복할 것 같았다. 꿈이란 것은 산과 달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오르다보면 성장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좋은 노래는 많지만 이 음악은 처음 들은 그날 이후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동료에 대한 생각이나 삶의 목표에 대한 생각, 꿈에 대한 생각 등...

군에서 1주일 행군을 하면서 훈련하다보면 몸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기약이 없는 행군을 하다보면 지치고 힘이 든다. 이때 그저 앞사람의 전투화 발끝만 열심히 따라가면 어느 새 훈련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하루 행군을 마치고 텐트를 치고 숙영을 할 때면 온 몸이 쑤시고 제대로 걸을 수 없이 아파도 다음 날 또 군장을 메고 아픈 발을 바닥에 차면서 고통을 무마시키고 다시 걷다보면 앞사람 발만 보고 걸어가면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한마디가 있다.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그렇게 모인 한 걸음이 군시절 한번의 낙오도 없이 모든 훈련을 완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선의의 경쟁이란 말이 내게는 그리 좋은 표현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저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면 된다. 저마다의 봉우리가 있을터인데 굳이 경쟁이라 할 것이 어디 있겠나 싶다.

가끔씩 우연하게 이 노래를 듣곤 하면 언제나 고교시절의 나로 돌아가곤 한다. 내 꿈으로 가는 길이 산이든 들이든 어디든 이왕 갈거라면 경쟁하기보다는 나만의 발걸음과 속도로 때로는 빠르고 경쾌하게 때론 쉬어가고 싶다. 즐겁게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


봉우리

- 김민기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