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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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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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의 저작권에 대한 생각


논문은 쉽게 말해 연구한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피드백을 얻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싣거나 많은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그 연구자의 이력처럼 되었다.
하지만 이는 연구자를 평가하기 위한 외부 잣대일뿐이지 결국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성과나 결과물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가능한 관련된 많은 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의견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논문을 읽는다는 것은 비슷한 연구를 하거나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이들의 성과물을 보고 직접적으로 지식을 얻거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읽는다. 학회를 거쳐 논문의 수준을 유지하고 출판되면 잡지의 형태로 배포되거나 전자문서의 형태로 배포된다. 내 경우 학술지를 통해 쓴 논문은 단 2편에 불과하며 오랫동안 학술지에 논문을 내지 않았다.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흔히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만큼 건너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도는 것처럼 생각보다 국내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라는 것이 좀 좁다. 대학원때 많이 느꼈지만 연구실마다 고유한 전통이라는 것이 있는데 좋은 점도 있지만 폐습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금은 다른 이의 논문을 참고하여 공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랫동안 논문을 참고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몇가지 있어 부족하지만 몇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첫번째는 저자의 표시에 관한 것이다.
저자가 1명의 개인인 경우에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저자가 2명 이상인 경우는 달라진다. 해당 논문의 기여도에 따라 저자를 나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당연한 것이며 상식적인 것이다. 내가 가장 이해가 안된 개념이 교신저자라는 것인데 대표저자와 비슷한 의미이면서도 모호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이상한 저자개념이다. 교신저자라는 개념이 끼어들면 저자목록의 맨 마지막에 교신저자의 이름이 올라도 결국은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것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개다가 교신저자의 이메일만이 남아 모든 피드백은 교신저자만 받는다. 이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이상한 풍토이다. 교신저자라는 개념이 어떤 편의성이 있어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대단히 비상식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이상한 풍토가 있다. 한편의 논문에 저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이다. 동급의 공동저자이든 기여도가 있어 이름이 올랐든 결국은 공저자이다. 가장 기여도가 높은 사람의 입장에서 기여도가 미미한 사람을 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많은 경우 감사의 글에 깊은 감사표현을 해도 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공저자로 기재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대충 헤아려봐도 저자가 많은 경우 기여도에 따라 제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자목록에 추가하는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음은 안다. 연구자에게 논문은 하나의 이력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작게라도 이름을 기재해주는 풍토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연구자에게도 결코 좋은 체험이 아닐 것이다. 진정 기여도가 있는 이들만을 저자로 적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논문저자의 이메일에 관한 것이다.
학회에 무관하게 국내의 학술지의 경우 저자 개개인의 이메일이 논문에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다. 물론 저자 모두의 이메일을 다 기재한 곳도 있으나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표현상의 차이는 있으나 보통 대표저자 혹은 교신저자라는 표현으로 한 명의 이메일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저자가 모든 논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적절한 답변을 하거나 알아서 세부저자 및 관련자로부터 답변을 받아 중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 참고하는 논문의 대부분은 전자문서의 형태인 경우가 많다. PDF인 경우가 많고 종종 웹문서 형태로 가공되어 열람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 각각의 이메일을 기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논문에는 저자가 여러 명이 경우 공저자임에도 각자가 주로 담당하는 부분이 있다. 논문의 내용은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자신이 담당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저자에 비해서 얼마든지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내 경우 참고한 논문을 읽고 애매하거나 궁금한 점이 생겨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들의 다른 논문들의 제목을 보고 해당 저자들의 연구분야를 파악하고 가능하면 원하는 답을 해줄 저자를 선택해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파악이 잘 안되면 저자 모두에게 보내어 각자에게 답을 얻는다. 그렇게 더 풍부한 피트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교신저자가 모든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 방식은 상당히 고루하고 비효율적이다.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은 지금이라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락처는 철저히 참여한 저자들의 피드백을 위해서 학회차원에서 최고의 배려가 되도록 학회지의 포맷을 변경해야 마땅하다.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로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루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학회지들의 형태가 아직도 오래된 포맷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논문을 쓰는 것이 저술활동을 공식화하여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여 이력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받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논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연구보고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개된 연구보고서라면 읽는 사람이 얼마든지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국내에서 좋은 논문을 읽고 저자에게 연락을 하려고 해도 메일주소를 몰라 연락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곤충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내 경우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분야의 학회지들을 읽으며 공부한다. 과거에 비하면 최근의 논문수준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논문을 쓴 저자들이 받고 싶은 피드백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에 쓰는 글이다. 쓴 사람이나 읽는 사람에게 연락처는 꼭 필요하다. 이메일이라는 좋은 수단이 엄연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판물의 형태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논문을 쓰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인 알림 이외에 피드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또한 제1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미미한 기여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가능한 많이 기재되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연구성과 위주의 이력이 연구자들의 자유롭고 알차야 할 학술활동에 저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부담을 줄여주고 지원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회의 부흥만이 아니라 학회를 믿고 논문을 내어주는 이들이 더욱더 빛날 수 있고 그들이 풍성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데 최선 보다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논문의 소유권에 대한 것이다.
학회를 통해 학회지에 논문을 실으면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응용곤충학회에는 논문의 저작권에 대한 언급이 있다. 여기에 논문을 낸 나조차도 몇년후에나 본 내용이다.

저작권 양도
논문게재 승인과 더불어 저자는 저작권을 학회에 양도해야 한다. 저작재산권 양도 확인서는 'http://www.entomology2.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 양도 확인서에 서명함으로써 학회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저작권은 학회에 귀속된다.


많은 연구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싶다. 여러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그러하겠지만 서면으로 이렇게 '저작재산권 양도확인서'를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엄연히 논문에도 저작자가 명확한 문서에 저작권을 학회에서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강제적으로 저작권을 가져가는 형상이다. 내 경우 수익을 위해 논문을 쓴 것도 아니어서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저자인 내가 전공 홈페이지에 전자문서로 학술지에 낸 논문을 업로드하여 공유한다면 그것도 저작권을 넘어선 행동이라고 봐야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논문을 참고하는 이들이라면 학회 홈페이지 이외에도 국내 학술지라면 DBpia나 이외 여러 사이트를 통해 논문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팔아도 된다고 실제 저자들이 허락했을까? 많은 경우 나처럼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지식을 공유하고 이력을 위해서 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수입원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는 관심이 없다. 2편밖에 없는 학술지 논문을 저자인 나조차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내 경우는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 해외에서 앞으로 n년 이내에 학술지 논문을 모두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점점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듯 하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지만 이면은 쓸쓸하다. 유료로 파는 것은 다시 무료로 열람가능하게 해주겠다는 것의 전제에는 진짜 저자들이 모르는 논문의 사고 파는 행위가 있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이 글은 오랫동안 쓰고 지우다 한번쯤은 언급하고 싶어 올리는 글이다. 저자들의 저작권이 지켜지고 최소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저자들이 연구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의성 혹은 기존의 포맷때문에 유지되고 있던 관성에서 벗어나 학회의 존재이유와 논문의 가치를 빛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재고되어야 한다. 관례가 아닌 상식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상식이 지켜지는 건전한 연구문화가 뿌리내렸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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