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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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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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모니터링의 효용성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내 연구이외에 여러 보고서를 쓰게 되었는데 내 담당은 거의 하천보고서였다. 수서곤충과 주변수변지대의 식물상과 육상곤충상에 대한 보고서를 대학원 2년 그리고 졸업후 몇개의 하천보고서를 쓰면서 느낀 것들이 많았다. 실제 보고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특정산이나 지역의 주야간육상곤충을 채집하는 연구에도 여러번 참여하며 보고서 작성을 도왔었다.

몇번은 공동조사를 나가는 기회가 있었는데 식물, 어류, 담수조류, 조류(새)분야의 생물조사팀과 보고서 총괄을 맡은 공대계열의 팀이 함께 다녔었다. 보고서를 여러번 쓰면서도 내가 작성하는 보고서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했었기에 여러 명에게 시간이 날때마다 묻곤 했는데 들은 답변은 정말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반영이 거의 안된다고 했다.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생물상을 요약하고 특이종을 선별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첨부자료용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마다 차이가 있지만 생물조사팀의 분량이 훨씬 큰 보고서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대쪽의 시공관련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생물조사내용은 첨부자료로 뒷부분에 추가되거나 심지어는 요약본만 추가되기도 했다.

내가 속했던 연구실에서 대충 보고서를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실제 시공에는 반영되기 힘든 것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데 문제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보고서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더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누구나 이용가능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생물모니터링 보고서는 전문적인 보고서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을 타분야의 사람들이 활용하기 어려울 뿐더라 내가 읽은 대부분의 보고서는 현황만을 보여준다. 그 현황을 바탕으로 단지 약간의 제언이 추가될 뿐이다. 이런 제언만으로는 공사에 무언가를 반영한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교수님을 모시고 여러 공개회의나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중 몇가지 회의가 기억이 난다. 하나는 인천시 자연환경조사차 인천시청에서 관료들과 환경단체, 생물조사팀이 모두 모여서 인천시 자연환경조사에 대한 제반사항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여러가지 질문이 나오고 많은 의견이 오고갔지만 생물조사팀에서는 별도의 프리젠테이션 이외에 거의 발언이 없었다. 그러나 환경단체 대표들은 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 의견에 설득력있는 답변을 해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생물모니터링의 한계였다. 내가 했던 생물모니터링은 그저 보고서다. 거기에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현지 사람들의 생각도 해당 지역에 대한 경제적이익 및 효과에 대한 고려가 전혀없다. 보고서에 그런 것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굳이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고려된 것이 생물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일반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전문성만이 남아 반영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특히나 작은 생물들은 더더욱 그러한 것 같다. 하지만 양서파충류나 포유류, 조류 등의 보고서는 좀 달랐다. 특히나 양서파충류의 보고서의 제언에는 다양한 사례와 함께 실제 반영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작성자가 본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느낄 때마다 하나씩 개선을 시켜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번은 건설기술연구원에서의 회의였다. 수서곤충의 다양성을 위해 하천바닥에 구조물을 설치하려고 하는데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조사방법이나 기법, 제언에 대한 고민을 주로 했지 실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보고서 전체분량 및 투자할 시간을 볼 때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추어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날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하천관련 보고서를 실제로 쓰지 않게 되었어도 세계 여러나라의 하천모니터링에 대한 여러가지 방법들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서나마 접할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것은 한마디로 일반화였다. 많은 선진국에서 하천모니터링을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민간 혹은 개인수준에서도 할 수 있도록 메뉴얼로 만들어서 자발적이고 참여적인 형태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신선해보였다. 아직 국내에는 수서곤충관련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책이 많지 않다. 물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수서곤충에 의한 하천모니터링방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더우기 서울과 같이 지저분한 도심하천 물속에 손을 담그고 조사를 할 수 있는 개인이 얼마나 될 지도 의문스럽다. 꼭 생물학적인 방법의 하천조사가 아니더라도 물리적, 혹은 화학적 방법이 있다. 화학적방법 중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이 시약을 이용한 색변화를 통해 수질을 확인하는 방법인데 결정적으로 시약을 포함한 키트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여러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4대강 사업을 빼더라도 전국적으로 자연형하천을 위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뿐만이 아니라 요즘에는 인식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내고장 하천의 변해가는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 수도 생각보다 많다. 만약 하천의 건강성 및 다양성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메뉴얼이 일반화되고 간이조사키트가 저렴한 가격에 판매 혹은 배포되어 누구나 관심있는 사람은 쉽게 내고장 하천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엄청난 돈을 들이지 않고서라도 더 좋은 환경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조사해주지 않을까 싶다. 1년에 적으면 3번 많아봐야 5번을 넘지 않을 조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매년 제공해주는 정보를 모아 유용한 정보를 이끌어내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 고장에도 홍제천이라는 서울에서는 제법 큰 하천이 있다. 지금은 물이 다시 흐르지만 난 이미 홍제천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원래의 물길은 하수와 함께 지하로 흐르고 한강에서 역류시킨 물과 지하수를 활용해 그저 보기에만 물이 흐르는 것이 어찌 복원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청계천 역시 마찬가지다. 청계천이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으면서 홍제천에 적용되어 도리어 하천을 망쳐버린 느낌이다. 내가 사는 고장인데도 내가 이 사업에 대해 무어라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을 정말 내 고장처럼 생각하고 하천을 위한, 환경을 위한 그리고 지역주민을 위한 보고서를 써 왔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