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 자연과 어울어지기, 그 첫걸음

About Me

자연을 공부하는 人입니다. 생물의 죽살이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해온 문화와 이야기도 함께 알아가고 싶습니다.

I am studying nature. I want to know not only the life history of living things, but also the culture and stories they and humans have shar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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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대한 관심


종종 대학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중 하나가 학교를 천천히 걸어다녔던 기억이다.
2학년 학부생때부터 생각할 것이 있으면 넓은 교정을 빙둘러보곤 했다. 천천히 걸으며 생각도 정리하고 학교의 나무는 다 알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으로 종종 그러곤 했었다. 생각해보니 몇바퀴나 돌았는지 잘 모르겠다. 시간에 구애없이 천천히 돌다보면 1시간즈음은 훌쩍 지나가기 일쑤였다.

산이나 숲을 자주 찾은 기억도 나지만 내가 사는 곳과 학교를 비롯해 가까운 곳도 자주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생물들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생물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구글어스를 이용해 발길을 끊은지 꽤 된 대학의 위성사진을 보니 문득 예전 생각이 나서 잠시 추억에 잠겨볼 수 있었다. 몇 년뒤면 학교부지가 송도로 옮겨가서 후에 학교를 찾으면 추억이 깃든 곳을 찾기가 힘들어질테니 한편으론 서운함과 안타까움마저 든다.

실험실의 많은 채집만큼이나 혼자서 다닌 숲에서의 경험들은 무척이나 소중하다. 새로운 곤충들과 야생화들의 향연은 아직도 머릿속에 소중한 기억들로 남아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가까운 내 고장, 내 주변의 자연과 생물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대학에서 육상과 수서곤충, 야생화를 공부하고 졸업하고는 새와 양서파충류, 포유류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부를 했지만 어릴때부터 자라온 이 동네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는 생각보다 아는 것이 적다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건천이었던 홍제천이 억지스럽지만 한강물을 끌어와 다시 물이 흐르는 하천이 되었다. 올해 공사가 완공되었기에 아직 생물상이 다양할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환경이 좋아지면 틈틈히 채집해서 내가 사는 곳의 환경을 모니터링해보고 싶다. 써야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해보고 싶은 테마로서 말이다.

학교를 떠났지만 처음처럼 내가 배움에 대해 가진 가장 큰 모토는 즐거움이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다른 이들도 즐겁지 않고 즐겁게 하지 않은 연구는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는 생각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사용하는 용어도 점점 어려워져만 가고 말투도 많이 딱딱해졌다. 내 배움이 학문이 아닌 늘 즐겁게 알아가는 과정 속에 있을 수 있도록 언제나 변해가려고 한다. 그 배움의 대상과 관심은 주변이 될 것 같다. 그런 다음에야 다른 곳에 대한 관심도 제대로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